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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재부가 513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세 수입은 많지 않은데 각종 복지 지출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 부진 여파로 내년도 국세가 올해보다 2조7528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총지출은 43조9000억원 늘렸다. 이에 정부는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적자국채를 60조2000억원이나 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재부의 행보는 불과 3년 전과 정반대 모습이다. 2016년 당시 기재부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국가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며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이하로,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GDP 대비 3%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2016년 10월25일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시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신분으로 참석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었고 입장도 바뀌었다. 내년도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적자로 이 법안의 상한선을 넘어선다. 기재부가 제정한 법안을 스스로 위반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최근 홍 부총리는 “(재정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책임도 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확장재정을 망설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라며 재정 풀기를 부채질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는 “예산 심사에서 14조5000억원을 깎아 (예산을) 500조원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한국당은 예산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총선을 앞둔 여야 의원들은 ‘예산 끼워넣기’에 바빴다. 12개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10조원 넘는 증액 요구가 나왔다. 예결위에 제출된 부대의견은 401건(12개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 보고서 기준)에 달했다.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와 관련된 민원성 요구가 다수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6일 ‘2019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 문제를 지적하며 확장적 재정을 강조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 다만 확장적 재정이 효과를 보려면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누군가는 ‘칼질’을 하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악역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악역을 맡았던 기재부도 브레이크를 밟았던 야당도 보이지 않는다.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퍼주기’에만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면 2023년에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다. 어른들이 허리띠를 풀어 제친 대가를 대신 떠안아야 할 미래 세대들에게 뭐라고 해명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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