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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배아파 아침마다 화장실 들락날락... 바나나, 귤 드세요

이순용 기자I 2017.02.21 05:45:49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제은영 과장] 직장인인 이모 과장(35)은 아랫배 통증과 설사로 아침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회식 다음날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증세가 극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증세가 반복되어 병원을 방문한 김과장은 ‘과민성 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저 포드맵 식이’를 권고 받았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대장 자체에 이상이 없는데도 설사, 변비, 복통,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능성 장 질환이다. 잔변감, 잦은 트림, 방귀, 점액질 변, 전신 피로, 두통, 불면 등의 증상도 같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 정도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2배 더 많이 발생한다.

증상만으로도 과민성 장증후군을 추정해 볼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 대장내시경, 대변검사, X-선 촬영 등의 검사를 통해서 다른 질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제은영 과장은 “특히, 체중감소, 혈변, 빈혈이 동반되거나 50세 이상에서 증상이 처음 생긴 경우, 복통으로 잠을 깨는 경우, 발열, 지방변 혹은 탈수가 동반된 때에는 과민성 장증후군보다는 악성 종양, 염증성 장 질환, 흡수장애 등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정밀 검사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 병은 만성적인 질환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인 치료를 하여 완치하는 것이 아니고 의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음식, 운동, 약물 등을 찾아 증상을 조절해야 한다.

최근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를 위한 ‘저 포드맵(FODMAP) 식이’가 주목받고 있다. 포드맵이란 Fermentable(발효되기 쉬운), Oligosaccharides(올리고당류), Disaccharides(이당류), Monosaccharides(단당류), And Polyols(폴리올)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포드맵은 짧은 사슬의 탄수화물로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삼투압을 증가시켜 설사를 유발하며, 대장 세균에 의해 쉽게 분해되어 가스참, 복부 불편감을 야기한다.

대표적으로 포드맵이 많아 피해야 할 식품은 밀가루, 우유, 콩이다. 사과, 배, 수박을 비롯해 마늘, 양파, 양배추 등도 좋지 않다. 액상과당이 많은 사이다, 콜라, 과일주스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 대신 포드맵이 적은 과일로 추천되는 것은 바나나, 포도, 딸기, 귤, 오렌지 등이다. 채소 중에는 토마토, 감자, 고구마, 당근, 호박 등이 좋다. 쌀, 오트밀,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빵 및 두부, 생선류는 권장되며, 육류는 지방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적당한 운동과 휴식, 충분한 수면이 과민성 장증후군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유산균 제제를 섭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삶의 질을 저하시킬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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