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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영상으로 만나는 '칠보산' 절경…한·미 전시 개막

이윤정 기자I 2024.03.16 07:00:00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
5미터 대형 영상에 '칠보산' 절경 펼쳐져
美 클리블랜드미술관 동시 개최
"K-공유유산 국내외 활용 사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천 가지 만 가지 괴이한 형상이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산들보다 뛰어났다. 어찌 하늘은 이리 훌륭한 산을 비밀리에 우리나라에 감추어 두고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모르게 하였단 말인가!”

배우 류준열의 내레이션과 함께 높이 5m에 달하는 대형 화면에서 ‘칠보산’ 유람이 시작됐다. 산 아래 펼쳐지는 수려한 장관을 영상으로 감상하며 482년 전 선비의 여정을 따라가보는 것이다. 클래식과 국악, 대중음악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비가 오면 선비와 함께 잠시 굴 안에서 쉬었다 가기도 하고, 눈이 쌓인 겨울의 경치도 감상할 수 있다.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가 선사하는 풍경이다.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에서 관계자들이 디지털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칠보산의 절경이 디지털 영상으로 되살아났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과 함께 마련한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에서다.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칠보산도(七寶山圖) 병풍’을 디지털 영상으로 선보이는 전시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3월 15~5월 26일)과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3월 15~9월 29일)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국외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추진한 최초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업”이라며 “우리나라와 미국이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K-공유유산’의 국내외 활용 사례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에서 관계자들이 ‘칠보산도 병풍’을 감상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칠보산도 병풍’은 칠보산 일대의 장관을 그린 그림이다. 1542년 3월 15일, 조선의 판관(判官)이었던 임형수(1514∼1547)는 ‘칠보산’을 유람한 뒤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를 남겼다. 이 문학 작품이 널리 읽히면서 함경북도 명천에 있는 칠보산은 함경도 지역을 대표하는 명승으로 꼽혀왔다. ‘작은 금강’으로 불리며 옛사람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칠보산도 병풍’은 19세기 조선시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작자는 미상이다. 대형 병풍으로 제작됐고, 칠보산의 전경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1폭 상단에는 ‘세속에 전해 오기를 옛날에 일곱 산이 나란히 솟아있었기 때문에 칠보산이라고 이름 지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일곱 가지 보물을 품었다는 칠보산 명칭의 유래를 알 수 있다. 또한 봉우리와 바위 곳곳에 적혀있는 이름을 통해 개심사, 회상대, 금강굴 등 칠보산의 명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영상을 비롯해 ‘칠보산도 세부 확대 보기 콘텐츠’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 3D 뷰어 콘텐츠’ 등으로 구성됐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칠보산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은 현재 4점 남아있는데 클리블랜드 소장품은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여겨진다”며 “해외에 있어 볼 수 없는 문화유산을 디지털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 개막식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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