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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고수의 풍모를 담은 '화산' [여행]

김명상 기자I 2023.11.24 06:30:00
화산 최고봉인 남봉에서 내려다 본 주변 전경
[중국 시안=글·사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무협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화산(華山)은 무척 익숙한 지명일 것이다. 무협 세계에서 명문정파로 자주 등장하는 화산파는 무림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무당파, 소림사와 비견될 정도의 지위를 차지한다. 화산파의 본거지인 화산은 무협의 거장으로 꼽히는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에서 무림고수들이 비급을 놓고 천하제일을 다투는 ‘화산논검’의 이야기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중국 산시성에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화산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발 2154m의 화산은 중국의 이름난 다섯 산을 말하는 오악(五嶽) 중 하나로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꽃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시안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120㎞ 떨어진 화산은 중국의 오악(五嶽) 중에서도 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흙과 바위로 구성된 다른 산과 달리 화산은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남다른 경관을 자랑하는 동시에 무척 험준하다. 구간에 따라 거의 70도에 이르는 가파른 등산로가 있어 간담을 서늘케 하지만 겁낼 것은 없다. 케이블카를 타면 편안하게 정상 바로 아래까지 닿기 때문이다.

화산의 서봉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선로 길이가 4211m에 이르고 28개의 지지대를 지난다. 20~25분이 소요되는 탑승시간 중 기묘한 모양의 암벽을 비롯해 동굴, 계곡, 능선 등을 두루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중국 연휴 기간에는 케이블카 탑승 대기 시간이 3시간 이상 걸렸을 정도다.

도교의 성지로 불리는 명성 그대로 화산에는 도교 사원이 많다. 양귀비가 당 현종에게 불려가기 전 ‘태진’이라는 도호를 사용하며 화산에서 여도사 생활을 한 적도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직후에도 도교 사원 진악궁을 만날 수 있다.

화산 남봉 근처의 전망대에서 본 산봉우리
정상석이 있는 남봉까지는 계단으로 연결되는데 난이도가 낮아서 30분 정도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오르는 길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명소가 있는데 ‘화산논검’이라고 적힌 비석이다. 무협지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증샷을 남기기에 좋은 곳이다.

남봉 정상은 기러기들이 남방으로 날아가면서 쉬어간다고 해서 낙안봉(落雁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 도착해 주변을 보면 하얗게 빛나는 화강암 봉우리가 이어져 눈이 부실 지경이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절묘한 산세도 일품이다. 장대한 기상이 뻗어 나오는 웅장한 화산의 모습은 각종 무협 영화나 소설의 고수들 풍모와 무척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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