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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으면 도움된다?’…소리소문 없이 잘 팔리는 건설사

김성훈 기자I 2022.06.04 08:30:00

[위클리M&A]건설사 매물 인기 꾸준
실질적 도움되는 계열사다 인식 확장
부동산 사업 확장 위한 교두보 고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원매자들의 수요가 꾸준한 매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적잖은 사람들이 건설사를 꼽을 것이다.

실제로 건설사 매물은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소리소문없이 새 주인을 속속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이벤트나 국내외 경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만큼 건설사를 인수하려는 원매자들의 러브콜이 꾸준하다는 이야기다.

건설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사만큼 캐시카우(현금 창출력)가 확실한 업종이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원매자 입장에서도 ‘인수하면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디벨로퍼 등 부동산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도 건설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 2일 아파트 브랜드 ‘더 플래티넘(The PLATINUM)’과 ‘예가’로 알려진 쌍용건설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사진=쌍용건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 2일 아파트 브랜드 ‘더 플래티넘(The PLATINUM)’과 ‘예가’로 알려진 쌍용건설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에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7~8월 종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두바이투자청은 2015년 쌍용건설을 인수한 뒤 7년 만에 매각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쌍용건설이 보유한 약 7조원 규모의 수주잔고와 글로벌 인지도, 시공 경험 등을 높이 평가하고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가 향후 목표로 잡고 있는 주택·호텔 사업, 수소에너지와 플랜트 등 해외 개발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세아그룹이 진출한 중남미 국가 등지의 발전과 철도, 도로 등 인프라 사업은 물론 도시개발사업에도 다양한 재원과 투자방식을 도입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아STX엔테크 등 계열사와의 플랜트 부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유통사업을 하는 디와이디(219550)는 지난달 4일 삼부토건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이후 같은 달 계약금과 중도금 납부를 완료하며 삼부토건 인수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 1948년 국내 제1호 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삼부토건은 토목공사 중심으로 성장한 중견 건설업체다. 경인·경부고속도로와 서울 지하철 1호선 건설 등을 맡았으며 국내 도급공사 및 자체공사 분양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류센터 신축공사를 연이어 수주하고 있다

디와이디는 삼부토건 인수를 발판 삼아 부동산 개발시장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디와디는 관계사인 대양이엔아이와 함께 새만금 관광레저 용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총 138만평 부지에 골프장과 호텔, 공동주택 등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 1조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도 동부건설이 HJ중공업(당시 한진중공업)을 인수한 데 이어 GS건설(006360)이 LG그룹 계열 건설사인 S&I건설을 1625억원에 인수하고 새 계열사로 편입했다.

연초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두산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음PE와 미래에셋 컨소시엄도 SK에코플랜트에서 물적 분할한 SK에코엔지니어링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도 빼놓을 수 없는 건설사 인수 사례다.

시장에 나오는 건설사 매물마다 새 주인을 따박 따박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적 지표가 마땅치 않은 일부 산업과 비교해 캐시카우가 비교적 활발하다는 점을 꼽는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이나 노하우를 인수와 함께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른바 ‘갖고 있으면 나쁠 것 없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 같다는 평가를 한다. 부동산 시장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한데다 SOC(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가 여전할 것이란 믿음이 베여 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인수로 디벨로퍼 등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거나 내심 약한 부분으로 꼽히는 플랜트나 주택부문 부문 강화를 꾀할 수 있다”며 “국내 부동산·건설 시장 수요가 여전할 것이란 판단에 경쟁력 강화 내지는 시장 진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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