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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용동향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

이정훈 기자I 2021.11.29 07:23:00

김용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문재인 정부는 가짜 일자리 정부`라는 비판이 있었다. 주당 36시간 이상 근무 전일제 취업자 수가 1년 동안 444만명이나 줄었고,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521만4000명이나 증가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좋은 일자리`인 전일제 일자리를 없앴으니 `일자리 파괴 정부`이고,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으로 단기 알바·공공일자리를 늘리는 `일자리 화장술`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런 견해는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 중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통계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사실은 통계를 잘못 해석한 잘못된 비판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월별(전월) 고용동향은 15일이 낀 주의 일요일부터 토요일을 조사대상 기간으로 한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조사대상 기간에 실제 몇 시간이나 일했는 지를 확인한다. 때문에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수는 조사대상 주간에 주말을 제외한 공휴일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가령 주5일 8시간을 근무하는 대기업 사무직 근로자는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 간 일하는 주40시간 취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 10월과 같이 조사대상 기간 중 월요일이 대체 공휴일인 경우엔 월요일을 쉬고 4일 간 8시간을 일하게 되니 32시간 취업자로 분류되게 된다. 36시간 미만 알바 취업자로 구분되게 되는 것이다. 통계청 고용동향 발표자료를 보면 이러한 사정에 유의해 달라는 각주가 붙어 있으나 어찌된 일인지 종종 무시된다.

같은 시기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라며 2030대 취업자 902만명 중 360만명이 36시간 단시간 취업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작년보다 2.5배나 늘어난 수치라는 설명이었다. 이 자료를 근거로 `2030 고용 회복 이면엔 단기 알바 눈물`이라는 식의 기사가 나왔지만, 이 또한 동일한 통계 해석 오류에 기인한 해프닝이었다.

전일제 취업자가 크게 줄고 단시간 취업자가 증가했다는 주장이 휴무일이 포함된 달에만 등장하는 특별 메뉴라면, 30대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은 최근 들어 고용동향이 발표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30대 취업자 수가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가 대폭 줄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

지난 10년 간 30대 고용률(취업자 수/인구)은 2010년 72%에서 2019년 76.0%로 꾸준히 상승했다. 코로나가 덮친 2020년에도 30대 고용률은 크게 하락하지 않아 75.3%를 기록했다. 고용률이 높아졌음에도 취업자 수가 준 이유는 30대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821만8000명이었던 30대 인구는 2020년 737만7000명으로 84만명이나 줄었다.

국내 고용상황은 적어도 양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여성 고용률이 30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하락하는 한국만의 특성을 감안해, 30대 남성 고용률을 국제 비교했다. 한국 30대 남성 고용률은 지난 10년간 90% 언저리에 머물면서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돌았다. 10년 내내 미국을 앞서고 있었다.

핵심노동 연령대로 불리는 25~54세 남성 고용률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 10년 중 2019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OECD 평균을 웃돌았다. 작년에도 85.1%를 기록해 OECD 평균(84.8%)을 앞섰다. 미국 보다는 10년 내내 높았고 2020년에는 3.3%포인트나 웃돌았다.

고용동향을 둘러싼 논란이 더 이상 소모적이지 않아야 한다. 개선되곤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청년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노력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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