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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 사모펀드]수탁사 거름망 되려면…수수료부터 개선해야

최정희 기자I 2020.07.03 00:12:00

"수탁사 등이 운용사 감시 강화할 유인책 줘야"
해외처럼 펀드 설정 사전 검증권·거부권도 줘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사후 감시·감독까지 소홀해지면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운용사의 사기 사건이 연일 터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대로는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감독 당국이 뒤늦게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터라 4월 말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판매사, 수탁사의 사모운용사 감시 강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수탁사가 운용사 감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수수료 등 인센티브 체계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4월 말 수탁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하는 증권사로 하여금 사모운용사가 펀드 운용 과정에서 법령, 규약, 투자설명 자료를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위반할 경우 이를 시정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지금처럼 운용사가 알아서 자산을 운용해놓고 수탁사, 사무관리회사에 각각 용역을 주는 구조에선 수탁사가 운용사를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사모펀드는 자산운용사만 301개사이고 사모펀드만 1만268개가 넘는다. 펀드 마다 담은 자산도 제각각이라 감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모펀드는 주식,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지만 사모펀드는 매출채권, 무역금융, 메자닌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고 구조가 복잡한 것도 특징이다. 그로 인해 2004년에 도입된 펀드넷으로 공모펀드가 하듯이 투자 자산과 기준가격 산정 등을 표준화, 전산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수탁사 관계자는 “수탁사가 할 수 있는 업무는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는데 정부에선 그 이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사모펀드가 한 개의 자산을 편입할 때마다 실체가 있는 지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사모펀드 운용사만 수 백 개라 그럴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옵티머스의 경우 신탁계약서상의 위반 사실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거르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수탁 수수료 등도 상당히 적어 운용사를 감시할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사무관리 업무를 맡은 사모펀드의 총 수수료는 평균 1.37%포인트인데 이 중 0.8%포인트는 운용사가, 0.5%포인트는 판매사가 가져가는 데 반해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0.05%포인트, 0.02%포인트에 불과하다. 특히 옵티머스의 경우 운용사가 0.29%포인트, 판매사가 0.65%포인트, 수탁사가 0.02%포인트, 사무관리사가 0.2%포인트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였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수탁사가 운용 자산을 관리하기 때문에 수탁사의 운용사에 대한 감시 강화 방향은 맞다”면서도 “다만 관련 인센티브 체계가 작동하도록 수수료 체계를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수탁사의 권한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처럼 수탁과 사무관리업무를 한 곳에서 하게 하고 이들에게 펀드 설정 전 사전 검증 권한, 운용사에 대한 거부권 등을 줘야 한다”며 “이런 권한 없이는 수탁사가 운용사를 감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수탁사의 의무를 강화하더라도 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수탁사 관계자는 “옵티머스는 수탁사나 사무관리사가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생긴 일이 아니다”며 “애초에 운용사 내부통제를 강화하지 않은 이상 이런 사기 사건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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