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잡고 OLED마저 추격하는 中…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단 '2년'

최영지 기자I 2022.09.15 06:10:01

옴디아 "2025년 中 중소형 OLED 생산량, 韓 앞지른다"
"제품별 기술 격차 다를 수 있지만 심각한 상황 맞아"
'모바일·PC 탑재' OLED 시장서 韓中 경쟁 격화 예상
이달 기술검토 이어 내달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결론

[이데일리 최영지 이다원 기자] 전폭적인 정부 지원에 힘입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수성한 가운데 한국이 강점을 지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마저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르면 2년 안에 중국이 주요 OLED 분야에서 한국의 생산능력(캐파)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국가첨단전략기술에 OLED 신기술을 지정함으로써 국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모바일·PC용’ 중소형 OLED 전망 밝지만…“韓, 2025년에 中에 잡힌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중소형 OLED 캐파는 한 달 생산량 기준 5414㎡로, 한국 중소형 OLED 캐파(1만1687㎡)의 4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양국의 생산 캐파 격차는 좁혀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에는 중국 중소형 OLED 캐파가 1만2960㎡로 한국(1만2735㎡)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년 생산량을 추산해보면 한중간 격차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주요 부품으로 탑재하는 국내 세트제품 산업에도 악영향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옴디아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중국이 국가별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에서 41.5%를 차지하며 그간 1위 자리를 지켜온 한국을 처음으로 따돌렸다고 발표했다. 이 시장점유율에는 LCD뿐 아니라 OLED도 포함돼 있어 LCD에 이어 OLED까지 중국에 우위를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연일 제기돼 왔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협회 관계자는 “(양국 간)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는 기업별, 제품별로 다를 수 있고, 수율과 고객사 확보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2025년 중국의 중소형 OLED 캐파가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의 공장 수와 생산량 자체가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을 예견한다”고 진단했다.

중소형 OLED의 경우 모바일과 태블릿 PC 등 정보통신(IT)기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로 점차 수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 등 국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은 중단·축소를 결정한 LCD 사업 대신 OLED에 사활을 걸고 생산량 확대 등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6월 LCD 패널 생산을 마지막으로 중단한 충남 아산캠퍼스 L8-2라인에서 IT용 OLED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형 OLED에 주력했던 LG디스플레이 역시 국내 LCD TV 패널 생산라인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IT용 OLED 신규 투자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코로나 당시 TV 구매 수요가 늘어났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며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자 TV에서 IT기기로 제품라인을 넓히는 모양새다.

그러나 LCD에 이어 OLED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와 TCL이 OLED 생산라인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국내 인력 유출에도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국가발전계획에 따라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육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패널 제조사인 BOE가 애플 아이폰14 모델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것을 두고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의 독점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중소형 OLED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내달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여부 촉각…“정부부처 간 신속한 조율 필요”

업계에선 기업들의 자체적인 투자 확대만으로는 중국의 맹추격을 차단하기 어려운 탓에 정부의 적기 지원이 절실하다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고 나아가 반도체·이차전지·백신과 함께 디스플레이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키는 게 디스플레이업계의 남은 과제다. 궁극적으로 연구개발(R&D)·시설 투자 시 세제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을 앞지르며 디스플레이 산업에 우위를 갖고 있었으나 중국이 LCD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추월당하기 시작했고 이제 남은 건 OLED뿐”이라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기술 초격차를 위해 8세대·10세대 OLED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데 골든타임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 중인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앞서 협회는 디스플레이 업계 의견을 반영해 지난 3월 말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상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해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안했다. 해당 신기술에는 OLED와 QD-OLED, 마이크로 LED 등 4가지가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달 4일부로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전략산업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구성한다. 이에 앞서 이달부터 기술별 소위원회에서 디스플레이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포함할 지 여부를 평가하며 첨단전략기술조정위원회가 이를 검토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와 첨단전략기술조정위원회에 각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하게 돼 정부부처 간의 조율도 필요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국가첨단전략기술에 이어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되면 R&D 혜택 등 여러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것뿐 아니라 국가 주력산업으로 지정됐다는 상징성이 있다”며 “산업부, 과기부와 기획재정부와의 신속한 논의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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