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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으로 불리는 국회 법사위에 대한 개혁이 지지부진하다. 여야가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법사위 개혁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회의 한번 열지 않았다. 법사위를 활용해 여당을 견제하려는 야당이야 그렇다고 해도, 법사위로 인해 사사건건 발목잡힌다고 불만인 여당 역시 발등의 불이 꺼지니 무관심해졌다는 지적이다.
법사위가 개혁 대상이 된 것은 월권 논란 때문이다. 원래는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돼 넘어온 법안의 체계·형식과 자구 심사만 할 수 있지만 권한을 넘어 법안의 내용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1100건이 넘는 법안이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데 법사위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사위의 기능을 제도적으로 축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어 여당은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하면서 야당에 법사위 운영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고, 지난 8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이를 논의할 소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지 3달이 지났지만 여야는 관련 회의를 한번도 소집하지 않았다.
그러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섰다. 문 의장은 지난달 29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법사위 운영 개선’을 위한 운영위 소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지난 5일 열린 여야 5당 대표들과의 만남에서도 이 얘기를 꺼냈고, 적극 협조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법사위 개혁의 핵심은 법사위가 본연의 역할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사위의 법안 심사 기간을 제한하자는 것과 아예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없애자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법사위의 법률 심사 제도는 국회에 법률전문가가 드문 시절 도입된 것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이유로 입법의 비효율성을 낳고 있다”며 “국회법을 개정해 법사위가 더 이상 거름망 이상의 월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