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학파 정신분석가인 저자가 ‘중간항로’란 말로 마흔의 불안을 표현했다. ‘중간항로’는 아프리카 노예를 아메리카로 실어 날랐던 대서양 횡단 항로에서 따왔다. 인생이란 항로에서 중년에 남이 이끄는 대로 살다가는 원하지 않은 목적지에 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후천적으로 학습한 성격과 자아의 간격이 클수록 혼란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껏 누구의 삶을 살아왔는가’란 질문 앞에 불안해지는데 새 직장이나 새 인연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아찾기다.
책은 마흔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한다. 삶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진정한 나를 찾는 일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만이 내 인생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내 안에서 답을 찾으라고 한다. 그간 억누른 개성을 드러내는 과정은 고통스러우나 훨씬 완전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심리학 바탕이라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귀스타브 플로베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인용해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