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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준우승 임성재..매일 6시간 피나는 연습, 퍼터 교체 '신의 한수'

주영로 기자I 2020.11.16 10:01:13

마스터스 앞두고 퍼터 바꾸며 새 전략 세워
골프 시작 후 이틀 이상 쉬지 않은 '연습벌레'
부족함 훈련으로 극복하고 더 높이 올라서는 노력형

임성재.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끊임없는 노력과 골프에 대한 열정.’

마스터스에서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준우승 한 임성재(22)의 성공 비결이다.

임성재가 사용하는 60도 웨지의 수명은 단 3주다. 경기 중에만 사용한다면 수개월을 써도 바꿔도 무방하지만, 매일 쉬지 않고 연습하는 임성재의 웨지는 달고 달아 3주만 지나면 페이스의 그루브(홈)이 사라지고, 바닥이 밋밋해져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임성재가 그만큼 열심히 연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스터스를 앞둔 임성재는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10월 열린 더CJ컵 공동 45위, 조조 챔피언십 공동 41위, 휴스턴오픈 공동 50위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펄펄 날았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년 내내 경기해야 하는 프로골퍼가 가장 어려워하는 게 정상급 경기력을 시즌 내내 유지하는 일이다. 부진은 프로골퍼에게 종종 있는 일이다. 정상급 선수의 다른 점은 부진에서 일찍 탈출하고 큰 대회에 강하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하는 임성재는 빠르기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그린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퍼터로 교체했고, 나무가 많아 티샷을 정확하게 쳐야 하는 코스 정복을 위해 새 드라이버를 손에 쥐었다.

프로골퍼가 새로운 장비에 적응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개는 시즌이 끝난 뒤 재정비하는 동안 클럽을 교체한다.

임성재는 단 2주를 남기고 새로운 클럽을 잡았다. 마스터스를 위해 10월 말 열린 버뮤다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고 매일 6시간 이상 샷 연습을 하면서 준비에 들어갔다. 적응하는 시간이 부족해 보였으나 연습벌레 임성재는 새 클럽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프로골퍼라고 해도 매일 6시간씩 훈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4~5주씩 경기를 하고 휴식 시간을 갖게 되면 하루이틀은 골프채를 내려놓고 재충전하는 게 보통이다. 임성재에겐 그런 시간조차 낭비다. 임성재는 골프선수가 된 이후 이틀 이상 골프채를 잡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골프에 대한 강한 애착과 훈련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생애 첫 마스터스 출전을 앞둔 임성재는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오로지 훈련에 집중했다. 매일 연습장으로 나가 스윙을 가다듬고 새 클럽에 적응했다. 마스터스를 통해 한 단계 더 뛰어난 선수가 되겠다는 게 임성재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임성재는 마스터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훈련 중 이데일리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4주 연속 대회에 출전했지만 부족함을 느낀 부분이 많아 지난주 버뮤다 챔피언십이 열리는 기간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샷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퍼트 연습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마스터스를 위해 특별하게 신경을 쓴 건 퍼트다. 유리알처럼 빠른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스트로크 방식을 익혔다.

임성재는 “약점을 보완하는 최고의 방법은 연습 뿐이다”라며 “매일 그린 위에서 수백 개의 공을 굴렸고 스트로크를 똑바로 치는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이제는 5m 이내에서 80% 이상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훈련 결과에 만족했다.

철저한 준비는 경기에서 나타났다. 마스터스 72홀을 경기하면서 홀당 평균 1.42개의 짠물 퍼트를 하며 그린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72홀 동안 3퍼트는 단 2번뿐이었을 정도로 오거스타의 빠른 그린을 완벽하게 정복했다. 2위 캐머런 스미스(1.50개)를 크게 앞섰다.

올해 PGA 투어 3년 차를 맞은 임성재는 지난 2년 동안과는 다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끝낸 만큼 한 개 대회가 끝날 때마다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시즌을 길게 보는 전략을 세웠다.

“마스터스는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출전을 꿈꿔온 대회”라고 기대했던 임성재는 첫 출전에 준우승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임성재의 마스터스 준우승은 2004년 최경주(50)가 세운 한국 선수 최고 기록(공동 3위)를 뛰어넘은 새 기록이자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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