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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주거 부동산 감정평가, 기준 명확히 해야

권소현 기자I 2020.02.21 05:00:00

나철호 공인회계사·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

최근 국세청이 “상속증여세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납세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를 대상으로 보충적 평가방법(기준시가 평가 등)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시가와 차이가 큰 고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감정가액을 해당 자산의 평가가액으로 적용함으로써 추가 세액을 징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조세회피 목적에 악용된다는 이유로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고가 부동산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세전문가로서 이번 국세청 보도자료에 몇 가지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건의한다.

첫째, 보도자료에 정확성을 기하고 과세대상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최근 국세청 보도자료의 제목은 ‘꼬마빌딩 등 감정평가사업 시행 안내’다. 그러나 실제 감정평가사업 대상은 꼬마빌딩이 아닌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제목이 오해를 부른다. 지난해 8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단독주택과 일반상가 건물에 대해서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보도자료에는 단독주택은 빠지고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관성이 결여된 점을 지적하고 싶다.

둘째, 감정평가대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형평성도 함께 높여주기를 바란다. 조세회피 목적에 악용되어 공정한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세청이 감정평가 대상 기준 공개를 두려워해서는 곤란하다. 납세자를 이해시키는 노력과 배려도 필요하다. 상속·증여세 대상 부동산이 기준시가 신고 대상인지, 고가의 부동산에 해당돼 감정가액 신고 대상인지 납세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납부세액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납세자는 상속을 준비하거나 사전증여를 선택할 때 심사숙고해 절세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번 발표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오히려 납세편법을 부추기고 조세저항을 키울 뿐이다. 국세청은 감정평가대상 기준을 과감히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간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겠다면, 건물의 각종 지수(가격·위치·용도·구조 등)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셋째, 세금은 준비하고 계획한 만큼 절세가 되고 기쁜 마음으로 납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조세저항 없는 조세순응이다. 일부 자산가들이 저평가된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편법 증여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이유가 감정평가 사업시행의 배경이다. 증여 당시 관점에서만 바라봤다는 점이 아쉽다. 등기자산인 부동산 증여로 증여세는 100% 과세되며, 세대생략증여와 미성년자 증여는 할증과세가 적용되거나 증여공제가 과소 적용되어 추가 납세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또한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증여 당시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평가되었다면, 추후 양도 시 양도세 부과로 추가 과세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부동산 거래 전체관점에서 과소 징세가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세금저항은 조세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세금은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절세가 될 수 있다는 납세자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지만, 조세저항 없이 기꺼이 납세의무를 다할 때 조세정의를 바라는 납세자의 만족도가 커질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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