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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행위"→"평화적 해결"…확 바뀐 폼페이오 '對이란 메시지'

이준기 기자I 2019.09.20 04:24:48

전날 "미국, 언제든 이란의 전쟁 행동에 당할 수 있다"
오늘 "평화적 해결 바라…이란, 같은 쪽으로 바라보길"
최근 유화적으로 변한 트럼프 對이란 발언과 일맥상통
美대응, '군사행동' 아닌 '경제제재 확대' 가능성 커져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 2곳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의 배후를 놓고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가시화하며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진 것과 관련, “우리는 (이번 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 드론 공격을 놓고 “이란의 전쟁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에 비춰보면 상당한 유화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도 같은 쪽으로 이를 바라보길 바란다”며 이처럼 말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전면전’을 언급하며 미국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위협하지만 우리는 이에 맞서 외교적 동맹을 확대하는 중”이라며 “평화를 이루려는 목적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UAE에 왔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군사적 대치와 엮이지 않기 바란다”면서도 “미국·사우디가 이란을 공격한다면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전날(18일) 사우디를 방문한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것(드론 공격)은 이란의 공격”이라며 “이번 공격에서 미국인이 죽지 않았다는 건 축복 받은 것이지만 언제든 이런 종류의 전쟁 행동에 당할 수 있다”고 강경 발언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드론 공격 이후 미 당국자에게서 나온 목소리 중 가장 강경했다”고 전할 정도였다.

최근 ‘유화적’으로 변신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對)이란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론 공격 이튿날인 15일 “우리는 검증(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locked and loaded) 상태”라며 군사보복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하지만, 16일엔 드론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분석과 관련,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면서도 “우리는 확실히 전쟁만은 피하고 싶다”고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전 트위터에 “나는 방금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에게 이란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쓴 뒤, 오후엔 “이란을 대상으로 강화된 제재가 48시간 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응이 애초 ‘군사행동’에서 ‘경제제재 강화’로 방향을 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이날 폼페이오 장관도 UAE 아부다비 왕세제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을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헤즈볼라와 같은 테러조직 지원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더 가할 것”이라며 대이란 경제제재 강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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