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해운업체 카와사키기선은 에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로부터 사외이사를 영입했습니다. 에피시모는 2015년 카와사키기선의 대주주로 올라섰고, 현재 지분 39%를 갖고있는 행동주의계열 펀드입니다. 기업들과 전면전을 벌이기까지 하며 숱한 이슈를 양산했던 옛 무라카미 펀드 출신자가 설립한 곳이죠.
지금이야 동료가 된 둘이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에피시모는 2016년 주총에서 무라카미 에이조 회장의 임원 선임 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둘 사이가 껄끄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이 얼굴을 마주한 건 대규모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올해 초가 처음입니다. 신문에 따르면 무라카미 에이조 카와사키기선 회장은 에피시모 측과 첫 만남을 가진 뒤 “서로 이야기가 통할 것 같다”며 “구조개혁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요. 이후 카와사키기선은 에피시모로부터 사외이사를 받아들였고, 함께 사업투자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을 받은 에스엠(041510)의 답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은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과도한 인세가 지불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라이크기획과 에스엠의 합병을 요구하는 한편 배당성향을 30%로 올릴 것을 주문한 상태입니다.
이에 에스엠은 지난달 “주주서한을 겸허하고 충실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 및 실행 계획에 대해 2019년 7월 31일까지 상세히 알려드리겠다”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죠.
시장은 에스엠이 내놓은 대답에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달라는 얘기는 진지하게 KB운용 측의 제안을 고려해 본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일각에선 예상했던 시나리오 중 가장 긍정적인 답변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현재 주가는 주주서한을 받기 전 수준으로 되돌아 와 있는 상태. 그러나 증권가는 에스엠에 조금 더 기대를 가져봐도 좋다고 조언합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하락은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 연기와 일본 경제제재로 인한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라면서도 “이러한 우려 보다도 주주행동주의의 요구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 및 주주친화정책 추진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려울 때 함께하는 게 진짜 친구라는데 카와사키기선과 에피시모는 어쩌면 진짜 친구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에스엠과 KB운용은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월말 에스엠의 답변을 시장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