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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퓰리즘 정책에 거덜나는 공기업들

논설 위원I 2019.04.11 06:00:00
해마다 막대한 이익을 내던 공기업들이 대거 적자 국면으로 돌아섰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해 한국전력, 강원랜드 등 수익사업으로 돈을 버는 시장형 공기업 16곳이 지난해 1조 11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새 정부 출범 전인 2016년만 해도 순이익이 10조 9078억원에 달했던 데서 2년 사이 12조원 넘게 축난 셈이다.

이들 공기업의 급격한 실적 악화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전환에서 빚어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탈원전 등의 영향으로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바뀌면서 비용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각종 포퓰리즘 정책의 총대를 메느라 손실이 늘어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친노조 정책 등도 적자 전환의 요인으로 꼽힌다.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2년 전만 해도 7조 1483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한전은 1조 1508억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수천억원씩 수익을 올렸던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 산하 발전 5개사도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원전 가동률을 줄이면서 태양광·풍력 등 아직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늘린 결과 발전 단가가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문제다. 한수원과 발전 5개사는 최근 각각 2000명이 넘는 비정규직과 기간제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수자원공사 인건비는 2년 새 17.7%나 늘어났다. 도로공사는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로 명절 때마다 5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본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업무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고연봉의 낙하산 인사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공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제때 투자를 할 수 없어 그만큼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자가 누적되면 공공요금을 올리거나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공기업 손실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공기업이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정 수준의 이익을 내야 하는 이유다. 경영개혁을 외면한 채 무리한 정책에 공기업을 동원하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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