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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금리에 전전긍긍하는 보험사…금융당국은 ‘원칙 고수’

유재희 기자I 2018.07.23 06:00:00

해외 신종발행증권 금리, 1년새 50%가까이 급등
치솟은 금리에 교보·현대 등 발행 계획 보류
"금리 상승기조에 발행 늦출수도, 계속 추진하기도 어려워"

자료: 금융연구원, 각사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해외 채권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한국 보험사들이 해외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 자본확충 부담이 오히려 대폭 감소할 것이라며 업계 우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 잇단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韓 보험사 가산금리↑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보류하거나 재검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동양생명은 5억달러 규모로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변경했고, 교보생명(10억달러)과 현대해상(5억~7억달러)은 발행을 추진하다 중단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가 최근 2% 후반대까지 오른 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가산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한화생명의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2.7%에 가산금리 2%를 더한 연 4.7%였지만 한 달여 뒤인 5월 KDB생명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2.84%에 가산금리 4.66%를 더한 연 7.5%의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 7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연 3.95% 금리로 발행했지만 최근 6~7% 수준의 금리를 요구받으면서 발행 계획을 잠정 보류했고, 현대해상도 현재 금리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재검토에 들어갔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자본으로 인정받는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잔존만기 5년부터 매년 20%씩 자본 인정액이 차감되는 후순위채와 다르게 전액 자본으로 인정된다. 다만 발행 금리가 높은 게 단점이다. 투자운용 이익률을 초과하는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신종자본증권을 조달할 경우 향후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시장에서 자본 확충이 시급한 한국 보험사들이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한국의 주요 보험사들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염두에 두고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연달아 신용등급 획득에 나선데다 실제 채권 발행으로 이어지면서 한국물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다 보니 한국 보험사라고 하면 일단 가산금리를 높게 부른다”며 “기준 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해외 채권 발행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금리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만큼 발행 계획을 언제까지 늦출수만은 없다”며 “회사 차원에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황재철 국제금융센터 과장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가산금리 상승폭이 예년보다 큰 편”이라며 “특히 일본, 중국과 비교해 한국 금융사의 가산금리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 “K-ICS 가이드라인이라도 먼저 제시해줘야”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보험업계가 처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K-ICS 도입과 관련해 최종안은 내년 말에나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국제 신인도 등으로 IFRS17 도입 연기가 어렵다면 국내 감독 회계기준인 K-ICS 적용만이라도 늦춰달라고 줄곧 요구했다. IFRS17은 ‘부채의 시가 평가’를 중점으로 하는 제도이고, K-ICS는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하는 제도인데 K-ICS 방식으로 자산과 부채를 평가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별 준비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이 금리 불확실성에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 자금이 필요 없는 데도 회계기준 변경으로 모자랄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비용(이자)을 지급하면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해야 할 상황”이라며 “당국에서 K-ICS 도입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이라도 미리 제시해주면 혼란이 적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의 자본 확충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며 “최근 몇몇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수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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