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단독]한국GM 디자인센터 연구직 30여명 대거이탈…철수설 버팀목 무너지나

노재웅 기자I 2018.04.11 05:00:00

“글로벌 GM 연구개발 중심” 평가 속
수년간 한국 철수설 불식시킨 원동력
올 들어 회사 경영 악화 더 심해지자
미국본사 및 현대차로 살길 찾아 떠나

한국GM 부평공장 안에 위치한 디자인센터 전경. 한국GM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수년간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잠식시키는 카드로 꺼내 들었던 한국GM의 글로벌 경쟁력 원동력인 디자인센터마저 흔들리고 있다. 핵심 연구원들이 올 들어 미국 본사 및 경쟁사 등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루더라도 미래차 경쟁에서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구인력 5분의1가량 퇴사

10일 한국GM 내부 관계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GM 부평공장 본사 내 디자인센터의 핵심 연구인력 3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급속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한 것은 물론 앞으로의 회사 비전도 어두워지자 각자 살길을 찾아 발길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2년 설립된 한국GM 디자인센터는 GM의 6개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 중 GM 북미 디자인스튜디오에 이어 GM 내에서 두 번째로 큰 곳이다. GM 친환경차의 선봉에 선 순수 전기차 볼트 EV의 디자인을 맡았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중추적인 개발 거점인 디자인센터가 있는 한 한국에서 전면 철수는 GM으로서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항상 나오곤 했다.

실제로 지난해 철수설이 불거졌을 당시 스테판 자코비 당시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방한해 “한국GM은 GM 내 생산, 디자인, 엔지니어링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태를 진화했다.

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도 “GM은 성장 가능한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한국은 여기에 포함된다”며 “한국GM은 디자인과 연구개발, 차량생산 측면에서 글로벌 기준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센터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철수설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외부 이탈자 대부분 팀장급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디자인센터 연구원들의 선택은 △희망퇴직 신청 △미국 GM본사로 전직 △경쟁사로 이직 등 세 가지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2월12일부터 3월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군산공장 등 생산직과 달리 연구원들의 희망퇴직은 사측에서 최대한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가운데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은 이들은 3월31일자로 퇴사 처리됐다. 회사가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위로금은 1인당 2억여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망퇴직자 가운데 몇몇은 현대차 등 경쟁사로 이직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최근 전직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55세 이상 임원 진급 누락자의 퇴직 신청을 받았고, 연구소 내에선 50명가량이 이를 신청하면서 빈자리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로선 볼트 EV 등 핵심 전기차 개발을 담당한 한국GM 출신 연구원들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이직 가능성은 크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최근 1년 사이 미국 GM본사가 인력 보강을 이유로 디자인센터에서 10여명을 채용해가면서, 한 차례 연구 인력이 대거 한국GM을 떠난 바 있다. 또 올해는 파견형태로 5~10명이 추가로 미국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올 들어 퇴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존 180명 수준이던 한국GM 디자인센터의 연구 인력은 150여명 수준까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GM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본사 전직 등으로 단기간에 많은 인력이 디자인센터 내에서 빠져나간 것 사실”이라면서도 “맡은 업무나 프로젝트에는 변화가 없으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하는 등 인력 보강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GM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이날 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긴급 방한했다. 지난달 26일 방한 이후 보름여 만이자 여섯 번째 방한이다. 엥글 사장은 이번 방한에선 본인이 제시한 ‘부도 위기 데드라인’인 4월20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노사 교섭과 채권 만기 연장 등의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임단협 교섭

- 한국GM, 5월 총 4만879대 판매…전년比 15.1%↓ - 소프트뱅크의 GM 자율주행 투자…韓부품사 주목-이베스트 - [사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교훈 기억해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