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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저자 불러내기…'강연' 출판계 블루오션 되나

김용운 기자I 2016.02.01 06:16:00

출판계 '북콘서트'로 신사업 활로 모색
'책 홍보+강연' 새 콘텐츠로 자리잡아
작가와 질의응답하며 직접 소통 매력
수요급증하며 신수익모델로 떠올라

지난 3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강연콘서트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빅 퀘스천’에서 객석의 한 청중이 무대 위 강사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사진=마이크임팩트).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강연콘서트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빅 퀘스천’이 열렸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뇌공학과 교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등 사회 각 분야의 명사 21명이 사흘간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삶의 통찰과 지혜를 들려준 자리였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가 아니었음에도 4000여석이 가득찼다. 1일권 8만원, 2일권 14만원, 3일권 16만원 등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2일권과 3일권은 행사가 열리기 전에 매진될 정도됐다. 관객을 사로잡은 강연에 나선 명사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베스트셀러 작가’란 점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빅 퀘스천’의 특징 중 하나는 국내외 유명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는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쓴 프랑수아 를로르를 비롯해 ‘빅 픽처’의 더글라스 케네디, ‘생각의 탄생’의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등 국내 서점가에 돌풍을 몰고 온 해외 저자들과 황석영·이어령·이외수 등 이미 두꺼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작가들이 연단에 올랐다. 지난해 콘서트에선 알랭 드 보통을 비롯해 강신주·박웅현·김난도·김영하 등 국내 대표 들이 청중들을 만났다.

출판계 관계자는 “일반 강사보다 판매가 잘됐거나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책의 저자에 대한 인기가 단연 높다”며 “작가들의 인지도가 대규모 강연회를 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만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들

무대 위에서 인기 저자를 만날 수 있는 이른바 강연콘서트가 출판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책이 나오면 홍보를 위해 소규모 책사인회 등을 열어 일부 독자와 소통했던 과거와 달리 이른바 북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강연에 나서거나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한 유료강연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반까지 총 45주간 국내 최장기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갖게 된 ‘미움받을 용기’를 출간한 인플루엔셜은 2008년 설립 당시부터 강연과 출판을 회사성장의 ‘투 트랙’으로 잡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 김보경 인플루엔셜 출판본부장은 “강연과 출판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해 왔다”며 “책의 저자들 또한 과거에 비해 강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셜은 기업과 공공기관 내 특강 외에도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통해서도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이런 융합적인 사업방향 덕에 최근 투자전문사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낸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또한 최근 강연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컬처컴퍼니 썸을 자회사로 만들었다. 출판사 자체적으로 강연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는 “문화권력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저자로부터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에게로 넘어왔다”며 “독자들이 글을 통해서만 저자를 만나던 것에 만족하지 않고 육성을 듣고 실제 모습을 보기 원하는 만큼 강연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전에 출판사가 책이 나오면 저자의 강연을 이어주던 에이전시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저자와 함께 강연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이를 세일즈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매사이트 ‘강연·토크’ 코너도 큰 인기

저자의 강연콘서트가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른바 토크콘서트 내지 북콘서트로 불리는 무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강연 자체를 공연처럼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덕이다. 다만 춤과 노래가 주축인 공연과 달리 토크콘서트나 북콘서트는 강사의 강연과 청중과의 질의응답이 주를 이룬다.

출판사 댄스토리의 김찬완 마케팅팀장은 “특히 젊은 세대는 테드(TED) 등 외국의 유명 강의 프로그램을 유튜브 등으로 시청하면서 베스트셀러 저자가 무대 위에 선 모습에 익숙하다”며 “독자는 이제 강연도 잘하는 저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 퀘스천’ 또한 테드 등의 강연회를 벤치마킹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의 김선경 홍보팀장은 “최근 저자의 강연이나 북콘서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연과 토크라는 예매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며 “특히 유명 저자나 작가들의 강연이나 북콘서트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은 만큼 출판계에서도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일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강연콘서트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빅 퀘스천’에 참석한 청중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마이크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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