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논란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불티'

김영은 기자I 2023.07.17 07:00:57

수산물부터 일본제품까지 측정 나선 사람들
지마켓, 6월 판매량 지난해 동기 대비 102%↑
“간이로 日 오염수 측정 불가…정확도 글쎄”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해산물 살 때는 필수로 가지고 다녀요. 수산물 시장에서 이미 4번 정도 사용했어요. 횟집 같은 곳에 외식하러 갈 때도 들고 다니려고요.”

전업주부인 안모(43·여)씨는 지난달 말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1대를 23만원에 구매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예고로, 방사능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다. 안 씨는 “자연방사능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0.1~0.3μSv(마이크로시버트) 정도라던데 시장에서 킹크랩에 측정기를 대보니 다행히 0.22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다”며 “요리할 때 더 안심됐다”고 했다.
안씨가 지난달 26일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가져다 대자 시간당 0.22μ㏜(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다.(사진=독자제공)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다고 발표하며 일본 정부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평소에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인 신모(19·남)씨는 지난 5월 30만원 대의 측정기를 구매했다. 뉴스를 통해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을 접하고는, 식품 속 방사능을 측정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씨는 “인터넷으로 삼치, 가자미, 고등어 등을 구매한 뒤 기기를 사용해봤다”며 “시간당 0.14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의 방사능이 측정돼 안심했다”고 말했다.

시버트는 인체가 받는 방사선량을 표시하는 단위이다.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 수치의 범위는 시간당 최소 0.02 마이크로시버트에서 최대 0.5 마이크로시버트까지다.

공산품의 오염도를 확인하고자 측정기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산 제품에도 방사능이 검출될까 두려웠던 직장인 김모(38·남)씨는 지난 2월 2만원 대의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알려진 연초부터 일본 제품을 검사해 보려 기기를 샀다”며 “방사능이 검출될까 봐 걱정됐던 일본산 보온병에서 시간당 0.1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와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방사능 오염 걱정이 생길 때마다 직접 확인할 수 있다보니 판매량도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방사능 측정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02% 증가했다.

온라인에서도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한 뒤 후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테스터’라고 적시된 10만원 대의 측정기를 구매한 소비자 A씨는 지난 5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샀다. 방사선량이 많은 곳에 가져가니 수치가 올라간다’는 후기를 남겼다. 13만원 대의 측정기를 해외에서 직접구매(해외 직구)한 소비자 B씨는 지난달 26일 ‘아기 키우는 입장에서 오염수 방류가 불안해 미리 구매했는데 실시간으로 수치 확인돼 만족한다’고 썼다.

다만 전문가는 정밀한 오염도 측정값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종만 한국표준연구원 방사능측정표준팀 연구원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많은 부분이 희석돼 들어오기 때문에 국가 기관에서도 다량의 해양수를 가져와 농축해서 측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도 측정이 어려운데, 소량의 물체에 감도가 낮은 간이형 측정기를 써서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방사능 안전 관련 정보는 소비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수입식품 방사능 안전 정보 누리집을 통해서 매일 업데이트 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식약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서 일본산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현황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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