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당장은 물가안정에 총력…구조개혁도 서둘러야[尹경제팀 100일]

원다연 기자I 2022.08.17 04:30:11

취임 첫날부터 '도시락회의'하며 비상대응체제 꾸려
13년만 법인세 최고세율 내리며 '민간주도경제' 강조
6%대 고물가 안정화하고 인구대책· 연금개혁 나서야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일성으로 민간 주도 경제로의 정책 전환을 공언했던 그는 공공기관에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하고 13년만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등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 방향을 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아직 추 부총리 앞에 놓인 과제들은 아직 한가득이다. 당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켜 민심을 달래는데 주력해야 하고, 인구 대책· 연금 개혁 등 중장기적 구조 개혁 과제들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취임 첫날부터 숨가쁜 일정…곧장 ‘비상체제’ 전환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추 부총리는 취임 첫날부터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 추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외 경기 여건이 불안정해지고 환율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경제 상황 점검을 위해 윤 대통령의 취임식 만찬에도 참석하지 않은채 간부들과 곧장 ‘도시락 회의’에 돌입했다. 추 부총리는 회의에서 즉각 비상경제대응TF 가동을 지시하며 비상경제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 추 부총리는 취임 첫 주말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원팀’ 대응체계를 강조한데 이어 대응체계를 높인단 차원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로 개편했다.

원팀 대응을 강조한 추 부총리는 부처간 협의뿐 아니라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에도 힘을 쏟았다. 추 부총리는 “더 이상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나는 것이 뉴스가 되지 않도록 자주 만나겠다”고 밝힌 추 부총리는 지난 16일 첫 회동 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4인 간담회 등을 통해 한은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민간 주도 경제를 강조해온 추 부총리의 색깔은 세제 개편안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났다. 추 부총리는 “그간 세제가 과도하게 규제 목적의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민간의 효율적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5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10%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의 법인세 개편안을 마련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주택 수에 따라 차등과세 하던 것을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며 세제를 규제적·징벌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세제 외 민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전부터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래주머니를 벗겨드릴 것”이라고 강조해온 추 부총리는 경제 규제혁신TF를 만들어 당장 개혁에 나설 수 있는 50개 과제를 골라냈다. 추 부총리는 지금 하지 못하는 규제 개혁은 5년 뒤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부처들을 설득하며 규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강원도 강릉 소재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해 배추 생육상태와 출하 계획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점검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소민생 주도 경제로 방향 꺾어…물가안정·구조개혁은 과제

공공부문에 대해선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공공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하는 추 부총리는 재무 위험 공공기관을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전반의 기능·조직·자산 혁신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관리체계 개편까지 예고했다. 지난 정부 5년간 인력 12만명, 부채 84조가 늘어나 비대해진 공공기관을 ‘작지만 일 잘하는 기관’으로 탈바꿈 하겠단 기조다.

추 부총리는 이같은 경제 정책 전환 기조에서 각계 경제 주체들간 소통을 늘렸다. 취임사를 통해 기재부 직원들에게도 “현장에 더 자주 나가고, 외부 전문가들과 더 많이 만나 살아 있는, 품질 높은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던 추 부총리는 지난 100일간 여섯 차례 현장에서 소상공인과 수출 업계 등을 만났고, 경제6단체장 간담회 등 8차례 전문가 정책협의를 가졌다.

기재부 내부적으론 부총리와 실무진간 소통이 확대됐다. 추 부총리는 현안이 있을 때 담당 과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궁금한 것을 묻고 보고 때에는 사무관 등도 배석해 의견을 내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고 시 디테일한 내용은 자료로 갈음하도록 실무진을 배려하는 등 부총리가 일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준단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인구 대책과 연금 개혁 등 중장기적 구조 개혁과 관련해선 첫 발도 떼지 못했다. 추 부총리는 갈수록 심화하는 인구 위험에 대응해 인구대책TF를 인구위기대응TF로 전환했지만, 당초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던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도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재로 개혁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6%대를 넘은 고물가를 안정시키는 건 당면 과제다. 지난 3월 4%, 5월 5%를 넘어선 소비자 물가는 6월과 7월 두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가 두달 연속 6%대를 나타내는 것은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3년 만이다. 농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과 비축물량 공급을 확대하고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늘리는 등의 대책에도 고물가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올해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인한 성수품 수요에 최근 폭우까지 더해지며 물가는 더 크게 뛸 수 있다. 지난 2013년 기재부 차관 당시 이후 13년만에 다시 배추 수급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강릉 안반데기를 방문한 추 부총리는 “최근 집중 호우로 물가 상승률이 7%를 넘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천지개벽하듯 대단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6% 초반에 있다가 그다음에 내려갈 것이다. 아마 5%대를 볼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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