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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유동성 장세 끝을 대비하라

권소현 기자I 2020.07.06 05: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최근 몇 달간 주식시장은 전망을 토대로 움직였다. 하반기에 국내외 경제가 V자 반등을 할 것이니 지금은 나쁜 수치가 나와도 상관없고, 코로나19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기 때문에 언텍트와 바이오가 탄탄한 기반을 가질 걸로 믿었다. 질병을 보는 눈도 달라져 하반기에 악재로서 역할을 다할 걸로 판단
했었다.

현실은 기대와 딴판이다.

우선 코로나19 문제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4개월 사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두 번의 변곡점을 지나왔다. 첫 번째 변곡점은 4월 중순에 있었는데 가파르게 상승하던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그래프가 옆으로 누웠다. 두 번째 변곡점은 5월 중순에 발생했다.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확진자수가 다시 증가해 기울기가 가팔라졌고 지금까지 그 추세가 변하지 않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문제다. 4월에 2만 명까지 줄었던 일평균 확진자가 다시 3만 명이 됐다. 7월 현재는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5만명대를 기록 중이다. 이번에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경제규모로 1, 2, 4위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1차보다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경제 전망이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전망치가 두 달 전보다 1.9%포인트(p) 낮아졌다. 과거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때 주가를 따라 전망치가 빠르게 상승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제와 주가의 간극이 문제가 됐다. 둘의 차이가 너무 벌어졌다는 건데 그동안은 부양대책이 둘의 차이를 메워왔지만 지금은 그마저 힘들어졌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이후 선진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경기부양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 때 2년 동안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이 GDP의 7% 정도니까 그때의 1.5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초반에 강한 대책이 연속적으로 나온 영향으로 지금은 정책 여력이 소진돼 추가 대책이 나오기 힘든 상태가 됐다. 시장에서는 7월에 미국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걸로 보고 있지만 재정형편을 감안하면 결정이 쉽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재정수지 적자가 금융위기 때의 2배 정도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역시 작년보다 18.7%p 높아져 금융위기 때 증가율 10.5%p를 능가할 걸로 보고 있다. 그만큼 정책을 펼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주변 상황이 좋지 않지만 최근까지 주가는 유동성의 힘으로 올라왔다. 3월에 발표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가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데 앞으로 힘이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돈이 기승을 부릴 때에는 경기나 기업실적같이 주가를 판단하는 전통적 기준들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 주가가 빠르게 올라 실적과 주가의 적정성을 따질 여유가 없기 때문인데 돈의 힘이 약해지면 취약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주가가 올랐지만 시장에 악재가 없는 게 아니다. 코로나19가 1차 때보다 더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나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못한 점, 미·중 마찰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 등 따져보면 다양한 악재가 존재한다. 그동안 악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 영향력이 약해서가 아니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악재가 중간에 희석됐기 때문인데, 주가가 꺾이면 이들이 다시 시장에 나와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유동성 장세는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만 끝나는 게 아니다. 주가가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상승한 후 별 이유 없이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도 많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주가가 오늘 갑자기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주식시장이 갑자기 얼굴을 바꿔 버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주가가 단기에 급하게 올랐기 때문인데 지금 주식 매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 기다리면 주가가 내려올 텐데 그 때 매수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주가가 항상 오를 것 같은 착각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주가의 방향이 바뀌면 오를 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논리가 무용지물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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