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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세계화' 시대…혼돈으로 가득한 세상 뜯어보니

윤종성 기자I 2020.03.11 05:03:00

리얼리티 쇼크
샤샤 로보|432쪽|미래의창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에서는 ‘기민당 파괴’라는 제목의 55분짜리 동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영상에서 머리를 알록달록 물들인 유튜버 레조(Rezo)는 기민당의 기후 정책과 복지 정책,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나몰라라 하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기민당 후보를 찍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 동영상은 단 몇 주 만에 14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독일내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민당의 18~24세 유권자 지지율을 12%로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직전 선거의 동일 연령대 지지율(27%)과 비교하면 무려 15%포인트나 하락했다.

유튜버 레조의 독일 기민당 비판 장면(사진=레조 유튜브 캡처).


책 제목인 ‘리얼리티 쇼크’는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혹은 희망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걸 의미한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자부한 세상이 완전히 새로운 현실로 바뀌는데서 오는 ‘충격’같은 것이다. 독일 기민당은 기성 매체인 언론 보도에는 능수능란하게 대처를 잘하는 정당이지만, 새롭게 등장한 매체인 유튜브 대응에는 실패했다. 기민당에 있어 유튜브는 일종의 ‘리얼리티 쇼크’였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가 하면, 극우 세력이 다시 득세하는 등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끊임없이 현실화하면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치, 사회, 산업, 학문 분야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책은 △소셜미디어 △중국 △인공지능 △건강 △기후 △난민 △통합 △우경화 △경제 △미래 등 10개의 키워드를 통해 ‘리얼리티 쇼크’로 가득한 혼돈의 세상을 분석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는 ‘디지털화’와 ‘세계화’다. 모든 것이 디지털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세상이기에 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치부터 일상까지 모든 부분에서 일어나는 균열과 변화에 조금 더 냉철하게 대비해야 할 때”라면서 “리얼리티 쇼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의 1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와 세계를 둘러싼 변화를 이해하려면 ‘리얼리티 쇼크’가 주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난민 등 다소 생뚱맞은 주제가 있지만, 새로운 어젠다를 끄집어내려고 애쓴 기색이 역력하다. 익숙한 사례를 다양하게 들어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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