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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이 사내들의 인생을 아는가…이상원 '동해인'

오현주 기자I 2019.12.12 00:35:02

2019년 작
'동해 어부들' 질기고 거친 인생 끄집어내
작가 화업의 역작인 '한국의 인물'로 삼아
향토적 극사실주의, 가슴 절절한 색·묘사

이상원 ‘동해인’(사진=이상원미술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 남자. 아니 차라리 ‘세 사내’란 말이 어울릴 거다. 그을릴 대로 그을린 붉은 피부에 깊게 팬 주름, 다듬지 않은 머리와 수염, 굳은살이 차고 오른 굵은 손마디까지. 질기고 거친 인생이 보이지 않나. 세월의 고락을 다 겪고 바닥을 친 듯한 표정들은 또 어떤가.

원로작가 이상원(84). 그 자신이 그랬을 거다. 청년 시절 그저 살자고 가진 재주로 영화간판 일을 했고 상업초상화를 그렸다. 그런데 그 ‘가진 재주’가 비상했다. 30대 중반, 단지된 안중근 의사 영정초상화까지 그리게 됐다니.

그러다 문득 상업초상화가로서의 성공을 포기해버린다. 진짜 화가가 되자고 한 거다. 틈틈이 홀로 연마한 전통수묵화를 무기로 공모전을 통해 화단에 데뷔했다. 향토적인 극사실주의, 가슴을 치게 하는 색과 묘사. 험한 삶터 속 농부·어부들 형상이 물밀듯 치고 나왔다.

그를 먼저 알아본 건 해외미술관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중국·유럽 등에서 초청이 쇄도한 것. 뒤늦게 한국언론은 ‘입지전적 독학 화가’로 그를 소개했다.

‘동해인’(The East Sea People·2002)은 작가 화업의 역작이라 할 동명연작 중 한 점이다. 한국의 인물을 그리자 작정한 뒤 선택한 대상이 동해 어부라서 붙인 이름이란다. 작가에게 한국인은 바로 그들이었던 거다. 평범하고 남루하지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29일까지 강원 춘천시 사북면 이상원미술관서 여는 ‘이상원 인물화’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먹·유화물감. 163×126㎝. 이상원미술관 소장·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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