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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 속출하는 롱패딩…열풍의 진짜 이유는?

송주오 기자I 2017.12.15 06:00:00

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 등 롱패딩 완판 사례 속출
일부 브랜드선 6차 리오더 돌입하기도
QR 시스템 확산으로 물량 조절한 영향도 있어

디스커버리의 대표 롱패딩 ‘레스터’는 올해 14만여장이 팔렸다.(사진=디스커버리)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패션업계에 부는 롱패딩 열풍이 완전 판매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랜드별로 완판 사례가 속출해 업체들에선 리오더(재생산)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완판 신화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 재고관리를 위해 초기 물량을 목표보다 낮춰 생산했기 때문이다. 반응을 살펴가며 재생산에 나서는 방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의 대표 롱패딩 제품인 ‘레스터’는 올해 4차에 걸쳐 리오더를 진행해 14만여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판매량(3만장)과 비교해 5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레스터는 고급 덕다운 충전재로 속을 채우고 가벼운 방·투습 원단으로 만든 제품으로, 긴 기장에도 가볍고 트렌디한 디자인 덕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전년 대비 물량을 5배나 늘렸음에도 대표 제품이 완판 됐으며 네파도 롱패딩 ‘사이폰 벤치다운’이 7만7000여장 팔려나가며 현재 6차 리오더를 진행 중이다. LF 라푸마의 롱패딩 ‘레오2’도 3차 리오더에 착수했으며 배우 지수 롱패딩으로 유명한 밀레 ‘리첼 벤치파카’ 역시 완판돼 리오더에 들어갔다.

유아복 업계도 롱패딩의 수혜를 입고 있다. 한세드림 컬리수는 ‘아벡쉬크 롱 다운 점퍼’를 1만5000장 생산해 71%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곧 완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기획상품 ‘평창 롱패딩’으로 시작된 완판 사례가 패션업계 전반에서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롱패딩 완판이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목표 대비 초기 물량을 적게 생산해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레스터의 경우 단순 계산으로 차수당 3만 여장을 생산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디자인별 목표량을 설정한 뒤 이보다 초기 물량을 낮게 생산한다”며 “재료 수급 등의 문제도 있지만 재고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재생산을 결정한다”며 “리오더가 가능한 것은 목표치에 맞춰 재료 수급 등의 계획을 미리 짰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이 평창 롱패딩의 추가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가 3만장으로 목표치를 세우고 그에 따라 재료 수급 계획을 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재생산을 결정하는 방식을 ‘반응생산’(QR·Quick Response)이라고 부른다. 재고관리가 용이하고 인기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주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최근엔 복종을 불문해 쓰고 있다.

QR 시스템이 이렇듯 확산한 건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워 재고부담이 증가해서다. 지난해 아웃도어 업계의 다운재킷 재고량은 100만장에 달했을 정도다. 패션업계는 1차 매장, 2차 아울렛 등으로 판매한다. 그 이후에도 판매되지 않으면 소각 처리하는 방법 등을 동원한다. 2, 3차 시장에 싼 가격에 제품이 풀리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없어서다. 결국 재고 증가는 손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업계 화두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롱패딩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물량을 늘렸음에도 완판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일부 브랜드는 패션업계 불황에 물량 자체를 줄여 완판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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