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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1호기’…무임탑승? 내돈내산! [딴소리]

김영환 기자I 2022.11.12 08:3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는 2022년 1월부터 보잉 747-8B5(747-8i) 기종을 쓰고 있다. 소유자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의 비행기를 대통령실이 장기간 ‘빌려’ 쓰는 형태다.

공군 1호기 탑승 좌석 수는 총 233석(전용석 2, 비즈니스 42, 이코노미 169)이다. 대통령 수행원들은 주로 비즈니스석을 쓰고 이코노미는 취재진에 배분된다.

공군 1호기(사진=이데일리DB)
공군 1호기 탑승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언론사가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언론사가 자비를 부담한다. ‘회돈회산’(회사가 돈을 주고 회사가 산 것)이다. 지난 9월 5박7일 일정의 영국·미국·캐나다 3개국 해외 순방은 2699만원의 계산서가 청구됐다.

더욱이 공군 1호기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준하는 비용을 받는다. 전술했듯 취재진이 사용하는 좌석은 이코노미 수준이다. 기내 서비스는 비즈니스 클래스가 제공되지만 비용 대비 좌석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순방지에서 손꼽히는 시설의 숙소를 섭외한다. 통신시설이 필요한 미디어센터를 마련하는 데도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든다. 모두 언론사에서 갹출해 부담한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비용을 더 걷고 1년 단위로 남는 차액에 대해서는 환급한다.

2. 지난 9일 밤 지인들과 저녁자리를 갖다가 팀원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동남아 순방 기간 동안 MBC 출입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대해 탑승을 불허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출국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공군 1호기인 전용기를 이용한다. 대통령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취재하는 출입기자단도 이 비행기에 동승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한다. 대통령이 탑승 전 어떤 색깔의 넥타이를 맸는지조차 취재 대상이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11~16일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 두 곳을 차례로 방문한다.

3. “장관님, 이렇게 답변하실 거면 세금을 받지 마세요. 저희가 내는 세금으로 일하시는 거잖아요.”

문재인 정부의 초대이자 우리나라 정부 39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조명균 전 장관 당시 통일부를 출입했다. 당시 출입기자 중 한 명은 늘 날카로운 질문으로 조 전 장관을 당혹케했다.

조 전 장관은 “세금을 받지 말라”는 다소 공격적인 언사에도 언론과의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대개 첫 질문자로 해당 기자를 지목했다. 기자가 질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고,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고위공직자로서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존중한 것이다.

세금으로 일하는 고정급적 연봉제 적용대상 공무원 중 가장 높은 월급을 받는 것은 당연히도 대통령이다.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봉은 2억4455만7000원이다. 더 엄중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4. 대통령 전용기를 탄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장점은 출입국 관리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수행원들이 길게 늘어서 출입국 심사를 받는 동안 대통령이 이를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광경이다. 취재 편의를 위한 특혜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번 순방기간 동안 민항기를 선택한 언론사들은 이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프놈펜에서 발리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이들 취재진은 경유를 통해 빠듯한 일정을 맞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사 타이틀 달았다고 받는 당연한 좌석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빌려 쓰고 있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을 배제하겠다는 데서 권력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느껴진다. 공군 1호기도, 윤 대통령이 구성한 정부도 2022년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임대해 쓰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 탑승 배제는 권력 오남용이다.

엄연히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출입기자단 제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논의에서 벗어나므로 제도 자체를 존중함)이 있는데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한 것이 그 근거다. 취재 윤리를 벗어난 보도 행태가 발생한다면 이미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단은 해당 언론사에 적절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달라”고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수많은 외신이 쏟아내고 있는 비판은 어떤 ‘중요한 국익’이 걸렸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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