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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책 읽는 서울광장이 반가운 이유

김기덕 기자I 2022.05.20 05:50:00


[이용훈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 겸 도서관문화비평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시민들은 코로나19라는 어둠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제 숨을 좀 쉬고 서로 만나 회포를 풀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진 시점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닫혀 있던 서울광장이 ‘책 읽는 서울광장’으로 탈바꿈해 서울시민에게 돌아온 것이다. 지난 4월 23일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서울광장은 책과 문화가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따뜻하고 화창한 날,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다양한 책과 함께 오랜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광장에서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이웃의 웃음소리에 나의 웃음소리를 더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나누고, 파란 하늘을 보고 누워 한참의 쉼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 코로나 시국을 넘어서는 첫 고개에서 서울광장은 다시금 서울시민이 모여 개인에서 시민으로 변모하는 열린 공공장소가 된 것이다. 특히 사람들을 불러 모은 매개가 책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반갑기만 하다.

왜 책이었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슨 행위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인류가 책을 쓰고 읽어온 것은 늘 지금과는 다른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개인과 인류의 혁명적 도전의 역사다. 과거 17~18세기 책을 통해 혁명적 생각이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새 세상을 꿈꾼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연대 행동에 나서게 됐고 드디어 시민이 세상의 주인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열린 사회에서는 계속해서 책을 쓰고 읽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오늘보다 더 나은 시민주권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서울시도 10년 전 민주주의 역사를 만들어 온 역동적 공간인 서울광장 앞에 서울도서관을 세워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번에 서울도서관이 서울광장에 도발적 상상이 가득한 책을 들고 나와 책 읽는 서울광장을 펼쳤다. 힘들게 코로나를 견뎌 온 서울시민이 다시금 책으로 더 나은 서울,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더 멋진 서울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함께 확인하고자 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책 읽는 서울광장은 그저 목가적 풍경 만들기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위기에 직면한 서울시민에게 새로운 도전과제가 돼야 한다.

서울시와 시민은 과연 어떤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고자 하는가? 과연 시민들은 광장에서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토론과 논쟁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통합과 평화의 서울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광장에서 시작한 책 읽기는 서울시 곳곳에 있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에서의 일상적인 책 읽기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이웃과 함께 모두가 살만한 서울시를 만드는 단단한 시민의 힘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행히 광장에서 운영된 열린 도서관에 분실 도서도, 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서울시민이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책과 함께 시대의 도전을 잘 풀어 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도 서울광장이 계속해서 도서관과 연계되어 책으로 서로 만나 새 서울을 만들어가는 시민들의 자유롭고 개방된 광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으로 주권자이자 주체적 개인으로서의 힘을 키운 시민들이라면 책 읽는 서울광장을 잘 유지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 광장에 모여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야외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도서관서비스를 야외공간에서 제공하기로 한 서울시의 아이디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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