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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어르신 술이라고요?"…힙하게 회춘하는 막걸리 인기

김범준 기자I 2021.05.15 08:00:00

작년 국내 막걸리 시장 5000억원 돌파 전망
홈술·뉴트로 바람 타고 전 연령층 수요 늘어
편의점서 막걸리 사는 2030대, 3년 새 2배↑
테스형·곰표·스파클링 등 인기 요소 콜래보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우리 전통주 막걸리가 올드한 시골 이미지를 벗고 트렌디한 도시 이미지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홈술(집에서 술마시기) 및 혼술(혼자 술마시기) 트렌드와 뉴트로(New+Retro·신복고) 바람을 타고 모든 연령층에서 수요가 늘면서다.

서울 시내 한 마트 주류 매대에 막걸리 상품들이 진열된 모습.(사진=뉴시스)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내 막걸리(탁주) 시장 규모는 5000억원(출고액 기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0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는 지난 2019년 탁주 시장 규모를 4429억으로 집계했다. 전년(2018년) 대비 약 16.6% 증가한 규모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전체 막걸리 매출 중 2030대의 비중이 2018년 1분기 8.9%에서 올 1분기 15.6%로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0대는 3.5%에서 6.3%, 30대는 5.4%에서 9.3%로 각각 증가했다.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도 2018년 19.2%, 2019년 16.7%, 2020년 23.2%에 이어 올 1분기 29.8%까지 치솟았다.

이에 막걸리 업체들은 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맛과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을 입힌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아예 이종 간 콜래보레이션을 통한 다양한 관련 상품을 선보이며 인지도 끌어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편의점 CU에서 판매하는 ‘테스형 막걸리’.(사진=BGF리테일 제공)
CU는 최근 가수 나훈아의 유행곡 ‘테스형!’을 모티브로 만든 ‘테스형 막걸리’를 선보였다. 테스형 막걸리는 경기 포천시 이동면 지역 천연 지하 암반수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생산한 밀입국(밀로 만든 누룩)으로 제조했다. 밀입국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 담백하고 묵직한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으로 뒷맛이 깔끔하다.

특히 상품 패키지에 소크라테스가 막걸리 사발을 들고 노래 ‘테스형’의 유명 가사인 ‘세상이 왜이래’라고 외치는 모습을 디자인한 콜래보 재미 요소를 더했다. 판매수익금 일부는 노인복지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평주조 신제품 스파클링 막걸리 ‘지평 이랑이랑’(왼쪽)과 디퍼런트밀리언즈 및 토모토모와 협업해 출시한 콜래보레이션 굿즈(오른쪽) 상품.(사진=지평주조 제공)
지평주조는 지난해 스파클링 막걸리 신제품 ‘지평 이랑이랑’을 출시한데 이어, 올해 롯데제과 양산빵 브랜드 ‘롯데기린’과 두 번째 콜래보를 통해 ‘지평 생막걸리빵’을 새롭게 선보였다. 바디워시·바디크림·유리잔으로 구성한 ‘지평막걸리X토모토모 에센셜 바디케어 세트’ 등 콜래보한 라이프스타일 굿즈들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지평 이랑이랑은 일반 막걸리보다 탄산을 강화해 청량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막걸리다.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알코올 도수도 5도로 낮추고, 레몬농축액과 허브류의 산미에 자일리톨을 더해 깔끔하고 은은한 단맛을 살렸다. 샴페인을 연상시키는 병 디자인도 적용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지평주조의 첫 제조공법을 살린 ‘지평 일구이오’를 출시하며 오랜 역사를 지닌 지평막걸리 고유의 묵직하고 깊은 맛과 향을 재현하기도 했다. 신제품들은 기존 주력 제품 ‘지평생쌀막걸리’와 함께 인기를 끌면서 지평주조의 지난해 연 매출은 308억원으로 전년(230억원) 대비 약 34% 급증했다.

국순당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왼쪽)와 한강주조와 대한제분 곰표가 콜래보레이션한 ‘표문막걸리’(오른쪽) 모습.(사진=각 사 제공)
국순당이 출시한 저도주 프리미엄급 막걸리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도 인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1년만인 지난달(4월) 말 누적 판매량 130만병을 돌파했다.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는 제품명처럼 열처리한 유산균 배양체가 한 병당 1000억개 이상 들어 있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 증식에 도움을 주는 프락토올리고당도 함유했다. 캠핑과 야외 나들이 등 최근 여가 트렌드에 발맞춰 패키지를 기존 페트병에서 휴대와 음용이 편리한 캔 용기로 다변화한 것도 특징이다.

한강주조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콜래보한 ‘표문막걸리’를 새롭게 출시했다. 올드한 시골 술로 취급받던 막걸리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자는 의미에서 ‘곰표’를 거꾸로 표기한 ‘표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표문막걸리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싸템’(유행에서 앞서가는 아이템)으로 통하는 곰표 디자인 뿐만 아니라, 감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밀누룩과 햅쌀을 이용한 풍부한 맛과 자연스러운 단맛으로 입맛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도주 주류 인기 속에 홈술 트렌드와 뉴트로 바람을 타고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까지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전통주 온라인 판매 및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시장 성장세를 더욱 견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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