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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대디의 키즈세이프]가슴이 먹먹해지는 심폐소생술

신민준 기자I 2021.01.16 06:00:00

아이들도 코로나블루에 노출…부모의 사랑·관심 더 필요

[이대원 검단 탑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요즘 코로나블루(우울증)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예전 같으면 연말 분위기에 응급실도 취객과 뒤섞인 많은 환자로 힘들었을텐데요. 그 날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넌 중 평온을 깨고 응급실로 걸려온 119상황실에서의 전화 한 통이 있었는데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119상황실에서 오는 전화는 절대 반갑지 않습니다. 대부분 중환자가 병원으로 이동하니 의료진들이 준비해달라는 전화이기 때문입니다.

“9살 남아 환자, 11층 추락으로 심폐소생술(CPR)하면서 이송합니다. 준비해주세요.”

이 전화 한 통으로 응급실은 매우 분주해집니다. 우선 원무과 직원들은 119 대원들이 빠르게 병원 응급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응급실 문 앞에서 대기합니다. 그리고 간호사들은 진료 중이던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물품, 기구와 약물을 준비하죠.

의사들은 환자가 어떤 상태일지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머리에 그리면서 심폐소생술을 준비합니다.

‘ 11층 추락이라는데 왜 떨어졌을까’, ‘혹시 밑에 나무라도 있었으면 다행일 텐데’ 등 환자에게 있을 수 있는 일들을 예상하면서 기관삽관에 필요한 준비와 긴급 수혈 준비, 혈관 확보를 위한 라인 등을 준비합니다.

준비가 마무리되면 119대원들이 환자를 데리고 병원에 들어옵니다. 의료진들은 빠르게 맥박이 없음을 확인 후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서 옷을 가위로 자르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환자는 두개골이 노출되는 상처가 있었습니다. 만져보니 두개골 골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쪽 다리은 골절돼 변형됐고 왼쪽 팔도 뼈가 노출되는 개방골절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상태라면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들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면서 보호자 면담을 합니다.

보호자에게 사고 경위를 물어봅니다. 아이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요즘 집에만 있다 보니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서 보호자에게 아이의 상태를 설명 후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심폐소생술을 더 해달라고 해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치료실로 돌아가 1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작은 가슴은 심폐소생술에 늑골골절이 생겨 결국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요즘 전 국민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참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코로나로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을 부모로서 설명하기도 미안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사랑과 관심이 더욱 더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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