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싸맸다 또 푸는 보따리, 그게 인생…박용일 '히-스토리'

오현주 기자I 2020.02.14 00:35:02

2020년 작
다채로운 색감·모양 '보따리 그림'으로
꿰매고 보듬는 인생의 짐·인생 담아내

박용일 ‘히-스토리’(사진=슈페리어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짐 싸서 덩그러니 놓아둔 둥근 보따리. 어떤 소중한 물건인지, 자투리 천을 기우고 이어 만든 보자기로 애처롭게 싸매놨다. 작가 박용일(57)이 꾸려놓은 인생의 짐이라고 할까.

작가는 자신 혹은 주위 사람들의 사정을 보따리 풍경에 담아낸다. 몇 해 전부터 시작했다는 그 ‘보따리 그림’의 계기는 ‘철거 중인 건물’이었단다. 재개발지역에서 무너지는 건물을 주섬주섬 보따리에 싸던 게 여기까지 왔다는 건데.


그래선지 동명연작 중 한 점인 ‘히-스토리’(He-story·2020)에는 다층적인 ‘보’의 의미가 담겼다. 일단 족보·계보를 의미하는 ‘보’(譜)란 뜻. 그것이 누군가를 돕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보’(補)가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며 모두에게 보배로운 ‘보’(寶)가 된다는 장구한 스토리를 들인 거다.

결국 인생은 스스로 꿰매고 그 행위로 어떤 이를 보듬고 그 전부가 서로에게 가치 있는 일이란 은유를 다채로운 색감·형태의 보따리로 전했다. 극사실주의 풍 묘사도 한몫을 했다. 삐죽이 빠져나온 실밥으로 이젠 거의 볼 수 없는,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 열일 했을 보자기의 깊은 회한까지 더듬게 했으니.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보(譜):보(補):보(寶)’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20×120㎝.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

편히 읽히는 기사는 있어도 쉽게 쓰는 기사는 없는 법. 그래서 갑니다. 자꾸 가겠습니다.

오현주 뉴스룸 오현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영상 뉴스

더보기

오늘의 포토

더보기

카드 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