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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이라고요? 우리집 전세값 올려달래요"

성문재 기자I 2018.05.08 05:00:00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2년새 5% ↑
2년전 대비 관악구 13% 올라 최고
서대문·마포·종로구 9%대 상승률

서울 마포구 공덕동로타리 전경. 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지난 2016년 8월 결혼하면서 직장과 가까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전셋집을 구한 A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5000만원 올릴테니 재계약 여부를 빨리 알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에 안심하고 있던 A씨는 화들짝 놀라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문의했다. 최근 조정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지난 1~2년새 전세가격이 많이 뛴 탓에 현재 시세에 맞추려면 보증금을 올려주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A씨는 중개사에게 같은 금액에 입주할 수 있는 다른 집을 구해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지난 3월부터 하향 안정세로 전환했지만 상당수 세입자들은 전세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최근 전세가격이 떨어졌더라도 2년 전보다 전세 시세가 뛰었다면 결국은 보증금을 올려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전세시세가 저평가돼왔거나 직주근접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서울 주요 지역 단지들은 최근 전반적인 전세시장 약세 속에서도 2년 전보다 전세시세가 올라 있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2016년1월 95.5에서 2018년4월 100.1로 상승했다. 2년전 대비 약 5% 오른 셈이다.

이 기간 전세가격 상승률로만 보면 관악구(13.23%)가 단연 돋보인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유일하게 두자릿수 상승했다. 이어 서대문구(9.98%), 마포구(9.97%), 종로구(9.59%), 구로구(9.09%) 등이 9%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악구 남현동 우림루미아트 전용 84.51㎡는 2년전 4억원대 후반에서 전세매물을 구할 수 있었지만 현재 전세물건은 5억원 이상에 나와있다. 그나마도 귀한 물건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동네는 전세물건 공급 대비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며 “내집마련 기회를 살펴보던 실수요자들도 정부의 규제 강화와 매매가격 하락 전망 등에 그냥 전세로 더 버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초기 낮게 형성된 전세가격이 2년 지난 지금 현실화하면서 시세가 뛴 단지도 있다. 지난 2015년11월 입주한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역푸르지오의 경우 2년전 전용 84.9㎡ 전세시세가 5억원 정도에 맞춰졌지만 현재는 6억원 안팎에 임대차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래픽= 이서윤 기자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오히려 시세가 상승한 지역도 적지 않다. 직주근접 요건을 갖춘 곳은 수요가 언제나 꾸준히 몰리기 때문이다. 오피스 밀집 지역과 가깝고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는 종로구, 마포구, 서대문구, 성북구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 2014년 5월(-0.02%) 이후 3년10개월만인 지난 3월 하락(-0.16%) 전환하고 4월에 0.35% 떨어졌지만 최근 2개월간 성북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0.84% 뛰었다. 같은 기간 종로구도 전세가격이 0.74% 올랐고 서대문구(0.32%), 은평구(0.31%), 마포구(0.13%), 중구(0.13%), 중랑구(0.11%), 동대문구(0.10%) 등도 상승했다. 아직까지 역전세난 우려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성북구 돈암동 길음역금호어울림센터힐 아파트는 전용 59.5㎡가 2년전 3억원대 후반에 임차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10% 정도 올라 4억원 이상 줘야 겨우 전세물건을 잡을 수 있다. 전용 84㎡형도 4억원대에서 5억원으로 전세 시세가 뛰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삼성래미안2차 아파트의 경우 전용 114.87㎡ 전세보증금이 지난 2016년 3월 4억5000만~5억원 수준에서 지난 3월에는 7억원까지 뛰었다. 2년전 전세를 구해 들어온 임차인은 2억원 이상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전용 84.94㎡도 마찬가지다. 2년전 4억원대에서 전세 계약이 이뤄지던 것이 작년에 이미 5억원을 넘어섰다.

공덕동 H공인 관계자는 “마포구는 여의도나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뛰어나 직장인 거주 수요가 꾸준한 곳”이라며 “2년전보다 전세시세가 많이 올랐는데 가격이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개월간 구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단위: %, 자료: 한국감정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추이(자료: 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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