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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세무조사 막히나..김진표-정부 '신경전'

최훈길 기자I 2017.08.23 05:00:00

개신교측, 기재부·국세청 만나 "세무사찰 우려"
김진표 등 의원 25명 "교회 세무조사 금지 추진"
정부 "세무조사 범위 법에 규정돼, 사찰 불가능"
전문가 "특혜 규정 때문에 '물 세무조사' 우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종교인, 종교단체 세무조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과 개신교 측에선 전방위 세무 사찰이 우려된다며 세무조사를 원천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정부 측에선 현행법으론 제한된 세무조사만 가능하다며 규정 제정에 난색을 표했다. 여야 의원 20여명은 세무조사 규정 마련 없이는 종교인 과세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개신교 “세무사찰 우려”, 김진표 “세무조사 금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22일 교계에 따르면,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TF(태스크포스)’ 소속 목사들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사무실에서 기획재정부·국세청과 만나 “종교인 과세를 하면 세무 사찰이든지 종교활동을 침해하는 문제가 걱정이 많이 된다”며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 TF는 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소속 목사들이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는 취지로 만든 전담조직이다.

이어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5명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별 교회나 사찰 등에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탈세 제보가 있을 경우 ‘각 교단으로 제보 이첩→추가 자진납부→세무조사 없이 사안 종결’ 순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신교 측과 정치권이 세무조사에 제동을 건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전방위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다. TF 관계자는 “교회, 불교 등 종단별로 수입 종류가 다른 데다 소득세법상 비과세 인정 범위도 모호한 게 있다. 이 때문에 어디까지를 종교인 소득인지, 종교단체 소득인지 애매한 게 있다”며 “이런 현 상황에서 내년에 법이 시행되고 탈세 신고가 들어오면 이것저것 뒤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악의적 제보에 대한 걱정이다. 김진표 의원은 “이단 세력이 (무분별한 탈세 신고를 해) 종교인 과세를 종단 내부의 분열을 책동하고 신뢰도를 흡집 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TF 관계자도 “사이비 종교들이 악의적으로 제보를 하고 보도가 되면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정통 교단들의 이미지는 실추될 것”이라며 “기재부·국세청은 과세만 하면 되지만 종교계 내부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 “세무사찰 불가능”..전문가 “물 세무조사 우려”

내년 1월에 시행하는 종교인 과세 규정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과 현행법,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개정안 비교. [출처=국회]
하지만 기재부·국세청은 종교계의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법적으로 종교인 과세 관련 세무조사 범위를 분명하게 제한해 놓았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에는 비영리법인인 종교단체의 영리활동(임대사업 등)에 한정해 세무조사가 가능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소득세법 개정안(170조)에 따르면 세무조사는 ‘종교단체의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 중 종교인 소득과 관련된 부분에 한해 조사’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어느 직종도 이렇게 장부만 보는 식으로 세무조사 범위를 규정해 놓은 게 없다”며 “훈령을 제정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종교인, 종교단체에 대해 전방위 세무 사찰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관련 조사 매뉴얼에도 ‘종교단체에 들어오는 헌금’은 세무조사 대상에서 빠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작년에 국회가 법을 처리하면서 종교인들 우려를 반영해 ‘종교인이 받는 소득’으로만 세무조사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교단에 탈세 제보 이첩해 처리하는 방안은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탈세 제보를 교단으로 이첩하면 제보자가 노출된다”며 “종교인·단체에 대한 내부제보자를 색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교단을 통해 이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세무조사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종교인 과세 세무조사 규정대로 가면 헌금을 비롯한 종교 관련 돈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상태”라며 “다른 직종에는 없는 이례적 특혜 조항을 둬, 세무사찰이 아니라 ‘물 세무조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지금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것은 일부 보수 개신교계 그룹들”이라며 “이제라도 종교계가 투명한 재정, 공평과세를 위한 첫발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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