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 사장과 김 전 위원장은 오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박 전 대통령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주 전 사장은 한화증권 재직 중이던 2015년 당시 국내 기관투자자 22개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두 건의 보고서는 모두 불공정 합병비율을 문제삼았다. 그는 보고서 발표를 전후에 거센 압력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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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한화 경영진에게 ‘보고서 때문에 장충기 화났다’는 얘기 들어”
주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서 여타 외부 압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첫 보고서가 나가기 며칠 전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이 ‘한화와 삼성은 사이도 좋고 앞으로 딜도 많이 한다. 부정적 보고서를 쓰지 마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차 보고서가 나간 직후에 금 부회장이 ‘한 번은 그렇다고 치자. 당 신때문에 장충기 (삼성 미전실) 사장에게 불평 전화를 받았다.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말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 내 지인 4명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거나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안 하겠다고 하니까 ‘정 그럴 거냐’는 식의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주 전 사장은 “2차 보고서가 나간 직후 김연배 당시 한화생명 부회장이 전화해 ‘두 번째 보고서가 나간 것 때문에 경영기획실에서 굉장히 격앙돼 있다. 이렇게 되면 당신이 물러나야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 이후인 같은 해 9월엔 금춘수 부회장으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같은 달 한화증권은 임시주총을 열고 차기 사장을 선임했다. 주 전 사장의 임기가 6개월 남은 상황에선 이례적인 차기 사장 선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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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조사 결과 삼성은 합병을 앞두고 여러 경로를 통해 김 전 위원장 등 전문위원들의 의중을 파악했다. 삼성은 김 전 위원장의 대학 동문인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통해 김 교수가 합병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 안종범 수첩 근거로 “靑, 김성민 교체 시도 정황”
이수형 전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은 2015년 7월 4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성민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김성민은 삼성 논리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고 동향을 파악 보고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후 홍 전 본부장 주도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전문위에 부의하지 않고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자체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위원장 등 당시 전문위원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홍 전 본부장에게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된 이후인 같은 해 10월 전문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의결권 행사 지침 개정을 요구하는 등 반발을 이어나갔다. 특검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일지를 근거로 청와대가 김 전 위원장 교체를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 전 본부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창균 중앙대 교수(전 전문위원)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워낙 중요한 삼성 입장에선 투자위가 전문위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보였을 것”이라며 “전문위에 부의됐다면 합병 반대로 결정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