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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붕괴 '後' 20년, 일본]한국보다 15년 앞선 '기업형임대'…신규주택 절반이 임...

정수영 기자I 2015.11.26 06:00:00

민간건설업자에 건설비·이자 지원
지역우량 임대주택은 임대료까지 보조

일본 민간임대주택 소유현황.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거품) 붕괴로 급격한 집값 하락을 경험한 이후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빠르게 전환됐다. 사람들이 집을 사기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의 연 주택 공급량은 대략 80만~90만 가구로 이 중 임대주택 비중이 약 40~50%에 이른다. 2000년대 들어 자가 취득이 감소하면서 분양주택이 줄고 임대주택이 늘었다. 민간 임대주택은 개인 소유가 83%, 법인 소유가 17%다.

정부도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폈다. 2000년대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법을 제정하고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건설자금을 빌려주거나 건설자금 이자를 지원해주는 형태다. 개인 임대인을 관리하기 위한 등록주택제도도 이 때 시행, 세제 감면 또는 유예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우리나라의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에 해당하는 ‘지역우량 임대주택’도 2000년 초부터 크게 증가했다. 이제서야 공공임대에 민간자본을 투입하고, 뉴스테이 확대에 나선 우리나라보다 15년 이상 앞선 것이다. 일본은 현재 지역우량 임대주택 재고물량이 20만호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지역우량 임대주택 임대인에게는 일정 부분 임대료까지 보조해주고 있다. 지역우량 임대주택 입주 대상은 중산층에 해당하는 하위소득 25~50%(지자체 재량으로 범위를 조절 가능) 사이인데,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책정한다. 입주자의 소득에 따라 지자체가 정한 금액만을 부담하고 나머지 차액은 국가와 지자체가 임대인에게 보조하는 것이다.

임대료는 8~20년간 시장 임대료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연간 3.5%까지 인상 가능하지만 일본은 2000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소득 수준별 임대료 부담률은 6~2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임대주택이 늘면서 임차인을 못 구한 빈집도 늘고 있다. 도쿄의 경우 약 12%, 전국적으로는 1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자령 노무라종합연구소 부동산부문장은 “오래되고 낡은 임대주택은 임차가 안되고 있어 공실이 높은 편”이라며 “대신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임대수익률은 도교 한 가운데 있는 신축 맨션(우리나라 아파트)의 경우 약 4%, 신축 외곽지역은 6.5% 정도다. 외곽지역은 매매가격이 더 저렴해 그만큼 임대 투자수익률이 높게 나온다. 집주인이 직접 세입자와 계약을 맺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부분이 임대관리 전문업체에 주택 관리와 임대 운용을 모두 맡긴다. 임대관리 회사가 받는 수수료는 한달 렌트비의 5% 정도다.

일본도 우리처럼 임대주택 계약기간은 2년이다. 법인과 계약시에는 임차인이 내는 수수료는 따로 없다.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과 주인한테 주는 ‘레킹’이란 형태의 돌려받을 수 없는 보증금이 따로 있지만, 최근 임대주택이 크게 늘면서 이마저도 받지 않는 집이 대부분이다.

일본 디벨로퍼업체 ‘제이렉스’의 스즈끼 마사아수 개발사업 담당임원은 “일본은 임대주택 전문관리업체가 일반화돼 있지만, 공공임대를 제외한 민간 임대는 연간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며 “다만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는 이유가 타당하지 않을 경우 분쟁위원회에 분쟁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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