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큰손 '연기금' 삼전·포스코 팔고 담은 종목은

김응태 기자I 2023.08.14 06:50:55

매도로 돌아선 연기금…8월 7437억 순매도
2차전지·반도체 위주 매도…차익실현 나서
中 단체관광 기대에…아모레 등 화장품주 순매수 상위
삼성SDS, 네이버 등 AI 관련주도 적극 매수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 이달 들어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종목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화장품과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적극 매수하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그동안 두각을 나타냈던 종목을 차익 실현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거나 성장 모멘텀이 부각하는 종목 비중을 늘리는 투자전략에 돌입했다는 해석이다.

순매도로 돌아선 연기금…반도체·2차전지 팔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8월1~11일) 들어 국내 증시에서 7437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 19억1800만원을 순매수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연기금이 이달 들어 매도한 종목은 2차전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추진하는 POSCO홀딩스(005490)를 2054억원 순매도했다.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003670)도 423억원 내다 팔았다. 2차전지 베터리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도 각각 690억원, 518억원 순매도했다. LG화학(051910) 역시 566억원 팔았다.

반도체 업체들 역시 매도 상위권에 올랐다. 연기금의 순매도 종목 1위는 삼성전자(005930)로 순매도 금액은 223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502억원 순매도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동안 주식 시장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2차전지와 반도체 종목을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차전지주는 미국 전기차 제조 업체의 주가 훈풍과 인플레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되며 지난달 크게 급등했다. 반도체주는 2차전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지만, 감산에 따른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로 연초 대비 주가가 크게 개선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의 한 가지 특징은 상승 종목에 투심이 편중하는 현상”이라며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에서 반도체 기업의 기여율은 39%에 이르고, 2차전지 기업 기여율은 37%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저평가·모멘텀 종목 관심↑…아모레·네이버 ‘찜’

연기금은 2차전지와 반도체주를 매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화장품 관련 종목을 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연기금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아모레퍼시픽(090430)으로, 659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화장품주인 LG생활건강(051900)도 413억원 순매수했다. 화장품 판매 채널이자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008770)도 454억원 담았다.

그간 증시에서 사실상 소외주로 손꼽혀온 화장품주를 적극 매수하고 나선 배경은 저평가된 종목 중 화장품의 성장성을 높게 점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화장품주의 경우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6년 만에 허용하며 상승세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국은 중국에서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 허용 방침을 발표했다. ‘유커’의 귀환으로 화장품 판매가 늘어나고 업체들의 실적 역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간 한국행 중국 방문자 수는 약 180만명 전후로 예상된다”며 “6년 5개월 만에 해빙으로 화장품 등 중국 소비재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기금이 그동안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정보기술(IT) 관련주도 매수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연기금은 삼성에스디에스(018260)를 479억원 순매수했고 뒤이어 NAVER(035420)(네이버)를 457억원, 카카오(035720)를 366억원 담았다.

IT 관련주를 선제적으로 매수한 배경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 본격화가 손꼽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초거대AI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예정이어서다. 네이버는 이달 초거대 언어모델은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일 예정이며 카카오도 4분기 생성형 AI인 ‘코챗(KoGPT)’를 선보이고, 연말에는 AI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에스디에스도 회사 정보 유출 위험이 없는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궈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하반기 주가 반등을 이끌 모멘텀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AI 관련한 모멘텀은 네이버의 8월 하이클로바X, 하반기 중 카카오의 KoGPT 공개로 본격 회복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