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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예금보다 수익 좋다”…100조원대 ‘달러 머니무브’

최훈길 기자I 2023.06.08 06:05:52

금융위, 이르면 이달 외화 MMF 출시 허용
하루만 둬도 수익 가능, 단기자금 몰릴듯
법인부터 허용, 이후 개인에도 적용 검토
10곳 이상 자산운용사, 상품 출시 경쟁전

[이데일리 최훈길 이은정 김보겸 기자] 달러를 굴리는 외화 머니마켓펀드(MMF)가 이르면 이달 출시된다. 은행에 달러를 넣어두는 것보다 외화 MMF 수익률이 높다 보니 100조원대 달러 예금 자산을 가진 은행권에서 자산운용 시장으로의 ‘달러 머니무브’가 일어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여의도 전경. (사진=이데일리DB)


금융위 규제정비 파장…“달러 예금 100조 시장 ‘머니 무브’”

금융위원회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례회의를 열고 이같은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MMF 투자 대상이 원화 표시 자산으로 한정됐는데, 이번에 외화 MMF 출시 물꼬를 튼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정 개정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외화 MMF 상품이 이르면 6~7월 중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10곳 이상의 자산운용사들이 외화 MMF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은 현행 규정에 ‘금감원장에게 해외 신용등급을 국내 신용등급으로 전환하는 기준 마련을 위탁한다’는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화 MMF를 출시하려면 신용등급을 만족해야 하는데, 관련 국내외 신용등급 전환 기준을 명확히 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법인에 도입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개인으로 외화 MMF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외화 MMF 상품이 나오면 그동안 달러를 은행에 넣었던 법인이나 개인이 MMF로 갈아탈 것으로 보인다. 외화 MMF는 하루만 넣어놔도 외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초단기 수시입출식 실적배당 상품이다.

외화 MMF가 주목되는 것은 수익률이 외화예금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MMF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수익률을 결정하는 채권시장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상품에 따라 4.54~4.76% 수준의 외화예금(4월 기준 5대 은행의 외화예금 상품의 만기 6개월 기준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신현한 한국증권학회장(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은 “은행 외화예금의 경우 수개월 간 넣어두지 않으면 사실상 예금 이자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개인이 해외여행 갔다가 달러가 남았을 때, 수출기업이 여유 외화자금을 남겼을 때처럼 단기 자금을 굴릴 때 외화 MMF에 넣어두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외화 MMF에 넣어두면 원화로 환전하는 수수료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10곳 이상 출시 검토”…자산운용사 경쟁전


자산운용사들은 최대 100조원대 외화 MMF 시장을 놓고 쟁탈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달러 예금 잔액은 792억달러(103조원)에 달했다. 이 달러 예금이 외화 MMF로 얼마나 ‘머니 무브’를 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 중 3~4곳이 이르면 6~7월 중에 외화 MMF 상품 출시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100조원대 달러예금 시장을 겨냥한 경쟁전이 막을 올리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운용사들 입장에서 볼 때 외화 MMF는 상당히 좋은 투자 선택지”라며 “인프라, 초기 투자금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 대형 MMF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외화 MMF로 인한 금융 리스크도 있다. 달러 시세가 떨어질수록 외화 MMF에 넣어두는 게 손해이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변화에 따라 상품이 영향을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8월에 외화 MMF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미국금리 변화에 따른 환율 변동을 고려해 규제 정비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달에 외화 MMF 상품이 출시되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벤처투자조합 공동운용도 허용

한편 금융위는 7일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통해 벤처투자 촉진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집합투자업자가 자본시장법에 따른 펀드와 집합투자업 적용이 배제되는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경우, 해당 펀드들 간의 집합투자재산을 거래하는 행위(자전거래), 해당 펀드들 간 교차하거나 순환해 투자하는 행위(교차·순환투자)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창업투자회사 등과 함께 벤처투자법에 따른 벤터투자조합을 공동운용(co-GP)할 수 있게 된다. 벤처투자조합을 공동운용하는 겸영 업무가 허용되는 것이다.

또한 사모펀드가 사회기반시설 신설·증설·계량·운영(SOC)에 관한 사업 시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15년 이내 지분 처분 의무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출자자(LP) 범위에는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까지 명시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광고와 판매 규제도 완화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이나 빅데이터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컫는다.

앞으로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거친 일임형 로보어드바이저는 코스콤 홈페이지에서 공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을 광고로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투자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다. 다만 임의로 산출한 수익률이 아닌 코스콤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익률만 사용할 수 있다.

비대면 일임계약 체결이 가능한 로보드어드바이저 규제도 완화된다. 지금까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는 1년 6개월간 코스콤 홈페이지에서 수익률을 공시한 뒤 비대면 일임계약 체결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이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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