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신 조달 늑장에 수급 실상도 안갯속, 국민은 속 탄다

논설 위원I 2021.04.16 06:00:00
정부의 백신 도입과 접종 시나리오가 완전히 틀어지는 분위기다. 국내에 이미 도입되기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이어 2분기부터 도입될 예정인 얀센 백신까지 혈전 유발 부작용 논란에 휩싸여 정부 계획대로 들여와 접종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해졌다. 도입 일정이 미정인 모더나 백신은 미국에 우선적으로 집중 공급된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더 뒤로 밀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11월에 국내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 말을 믿어야 할지 국민은 헷갈리고 불안하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진국이 돼버렸다. 인구 대비 접종률이 이스라엘은 120%, 영국과 미국은 60%에 육박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3%도 안 된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초기에 일시적인 국내 방역 성과에 도취돼 백신 조달에 늑장을 부린 결과다. 지나간 일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 정부는 백신 도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기는커녕 백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최근 한 변호사 단체가 백신 공급 혼선에 대해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도 그래서다. 이 단체는 화이자 측의 백신 추가물량 조기 공급 제안을 정부가 거절한 이유와 향후 백신 도입의 구체적인 계획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다. 단체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공감이 가는 요구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포함한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국민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더 강화해야 한다.

먼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11월 국내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 만약 집단면역 달성 시점을 늦춰야 한다면 왜 그런지, 어디에서 차질이 빚어졌는지를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사과할 건 사과하고 부탁할 건 부탁해야 한다. 그래야 더 길어지게 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으로 인한 고통을 국민이 감내할 수 있다. 행여나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고려가 끼어든다면 방역에 더 큰 혼란만 초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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