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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남북관계 당장 등급결정요인 아니다…길게 봐야"

권소현 기자I 2019.01.29 05:00:03

"남북관계 잘 풀려도 정부 재정이 좋아져야 등급도 상향"
"북한 둘러싼 이해관계 많아…상생방안 먼저 생각해야"

권재민 S&P한국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S&P한국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남북 관계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는 아닙니다. 지금 정도로는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내리기 어렵습니다”

권재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 한국 대표는 남북 관계 진전이 국가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지난 2016년 8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한 뒤 2년6개월 동안 이 등급을 유지해오고 있다. 신용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AA’는 S&P 등급체계 중 상위 세 번째다. ‘AA’ 자체도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게 권 대표 설명이다.

그는 “남북관계가 잘 풀린다고 등급이 더 올라가기 어렵고 잘 안된다고 해도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대한민국 정부에 돈이 많아지고 대외적으로 신인도가 올라가야 등급도 상향조정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해 4월 이후 한국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꾸준히 하락해 11년여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프랑스보다 낮고 영국과는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재정상황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으로 치면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재무구조가 탄탄해져야 신용등급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고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당장 정부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신용등급의 스윙펙터(결정변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통일 이후를 논하는 것도 아직은 이르다는 입장이다. 권 대표는 “남북 통일을 볼 때 순수히 신용평가냐, 애국적인 시각이냐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사실 신용등급이나 경제적인 시각에서는 통일되건 안 되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애국적인 시각에서는 통일 이후 열리는 북한 시장을 우리가 거의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북한 통신시장이 열렸는데 미국이든 중국이든 선점했다면 애국적인 시각에서는 아쉽지만, 국가신용등급 차원에서는 북한만 발전하면 우리 경제가 떠 안아야할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남북 통일은 철저히 남한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꺼번에 묶어 생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대표는 “남북한이 주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속도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냉정하게 북한 시장은 우리가 독차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를 점유할 것인지를 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컨센서스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너무 기대를 갖고 앞서가기 보다는 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해야할 시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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