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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WS 출전 박찬호 '절반의 성공, 하지만 화려하게 빛났다'

이석무 기자I 2009.11.05 14:34:39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김병현은 한국선수로는 처음 월드시리즈 우승 감격을 누렸다. 박찬호는 김병현을 바라보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병현이가 부럽다. 나도 우승 반지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박찬호에게도 기회가 왔다. 박찬호가 올해 새롭게 선택한 필라델피아는 지난 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박찬호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은 쉽게 오지 않았다. 필라델피아는 5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게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2000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번번히 월드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양키스는 지난 수년간 최고 몸값의 선수들을 긁어모은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하지만 비록 우승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어도 박찬호에게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은퇴 위기를 딛고 지난 해 LA 다저스에 화려하게 부활한 박찬호는 올시즌 필라델피아에서 나름대로 굴곡을 겪어야 했다. 필라델피아와 1년계약을 맺은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5선발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박찬호는 선발투수로 성공하지 못하고 7경기 등판 만에 불펜으로 내려가야 했다.

불펜투수로 변신한 박찬호는 선발 시절의 부진을 뒤로하고 제 모습을 되찾았다. 결국 45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하며 필라델피아의 지구 우승에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 단지 투수로서 뿐만 아니라 팀 내 베테랑으로서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데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서 박찬호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투명했던 것. 하지만 박찬호는 리그 디비전시리즈를 지나 챔피언십시리즈에 복귀하면서 위용을 되찾았고 생애 처음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을 수 있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박찬호는 화려하게 빛났다. 6경기 가운데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5차전에선 양키스가 맹렬히 추격하는 상황에서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고 승리를 지켜내기도 했다.

박찬호로선 팀의 결과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큰 수확을 거둔 월드시리즈 무대였다. 이번 시즌으로 박찬호는 확실히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구원투수로서 리그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아 야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었다.

올해로 박찬호는 필라델피아와 1년 계약이 끝나지만 필라델피아에 잔류하던지 다른 팀으로 이적하던지 간에 올해 250만달러의 연봉은 대폭 오를 전망이다. 이미 루벤 아마로 주니어 필라델피아 단장은 박찬호와의 재계약 의사를 밝힌 바 있다. 37살이 되는 나이가 부담스럽지만 다년 계약도 기대해볼만 하다.

특히 구원투수로서 뚜렷히 활약을 보인 만큼 필라델피아를 비롯해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 박찬호에게 군침을 흘릴 것이 틀림없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쳤지만 내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박찬호가 선발투수를 원한다면 다시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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