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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로 살래"…그녀들의 2色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장병호 기자I 2023.03.02 06:30:00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호프' '레드북' 나란히 무대에
여성 서사 주제, 세 번째 시즌 '닮은꼴'
마니아·일반 관객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
'호프' 이혜경·김선영·김지현 합류
'레드북' 옥주현·박진주·민경아 캐스팅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2편이 3월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 뮤지컬 ‘레드북’이 그 주인공이다.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서 에바 호프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왼쪽부터), 이혜경, 김지현. (사진=알앤디웍스)
‘호프’(3월 16일~6월 11일 유니플렉스 1관)는 프란츠 카프카의 유고를 두고 벌어졌던 실제 재판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현대 문학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지키며 살아온 78세 노인 에바 호프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그린다. 2019년 초연 이후 평균 객석 점유율 94.5%를 기록하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8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레드북’(3월 14일~5월 28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은 19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당시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에 숙녀보다는 ‘나’로 살고 싶은 여자 안나와 오직 ‘신사’로 사는 법밖에 모르는 남자 브라운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2018년 초연해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이 두 작품은 어느새 3번째 시즌으로 관객과 만난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호프’와 ‘레드북’ 모두 초연과 재연을 거쳐 공연 마니아와 일반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잘 브랜딩한 작품”이라며 “코로나19 범유행에도 영상화를 통해 대중적으로 작품을 알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특히 두 작품을 함께 비교해서 보면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한국적인 정서를 건드려서다. 두 작품이 다루는 주제 또한 맥을 같이 한다. 타의에 의해 진정한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눈물과 감동, 웃음을 선사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두 작품 모두 겉으로 포장하는 것은 서구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 밀접히 닿아 있다”며 “환상을 잘 살리면서도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 창작뮤지컬의 묘미를 잘 살렸다”고 말했다.

뮤지컬 ‘레드북’에서 안나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왼쪽부터), 박진주, 민경아. (사진=아떼오드)
두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바로 ‘여성 서사’다. 2018~2019년 당시에만 해도 뮤지컬계에선 남성 캐릭터 중심의 작품이 다수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호프’와 ‘레드북’은 파격적으로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호프’는 이혜경이 처음으로 호프 역을 맡는다. 1997년 데뷔 이후 ‘오페라의 유령’ ‘맨 오브 라만차’ ‘명성황후’ 등으로 관록을 쌓아온 뮤지컬배우다. 여기에 초연부터 작품의 흥행을 견인해온 배우 김선영, 그리고 2020년 공연부터 참여해온 김지현이 합류해 힘을 보탠다.

‘레드북’은 뮤지컬 대표 여배우 옥주현이 안나 역으로 출연을 결정해 화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배우 박진주도 안나 역을 맡아 11년 만에 뮤지컬에 복귀한다. ‘아이다’ ‘렌트’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 민경아가 이들과 함께 안나 역에 캐스팅됐다.

‘호프’는 이번 시즌 ‘새로운 시작’이라는 콘셉트로 관객과 만난다. 제작사 알앤디웍스 측은 “집착하는 삶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느리지만 천천히 성장하는 호프의 서사를 따라 관객들 역시 새로운 삶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드북’도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을 예고했다. 제작사 아떼오드 측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그려나가는 안나처럼 관객도 우리 공연을 통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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