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스마트워치, 폰과 헤어질 결심

기자I 2022.10.27 06:15:00
[김지현 IT칼럼니스트]PC,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과 달리 스마트워치는 손목에 차는 즉 몸에 부착하는 디지털 기기이다. 2014년 애플워치가 출시될 때만 해도 스마트워치의 시장성이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과 의문만 컸었다. 이미 대중적으로 보급된 스마트폰이 늘 휴대하면서 정보 단말기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굳이 스마트워치라는 기능성 디지털 기기가 필요할까에 대한 의심과 몸에 부착하는 액세서리는 심미적 디자인도 중요한데 투박한 사각형의 디스플레이가 기존의 근사한 시계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속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2021년 애플의 시계 시장 점유율은 스위스 시계 산업 전체를 큰 격차로 앞지른 상황이며, 애플 와치는 총합 1억대가 판매되며 전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시계가 됐다. 이후 갤럭시워치까지 가세하며 2020년 대비 2021년 스마트워치 시장은 24%나 성장했고, 2021년 4분기만 해도 4000만대 이상 출하될 정도로 커졌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그런 스마트워치 시장은 단연 애플워치가 독주 중이고 그 뒤를 화웨이와 삼성전자가 따르고 있다.

그런 경쟁 속에서 스마트워치의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네모난 디스플레이는 둥그런 형태로 바뀌었고, 크기는 더욱 얇아지면서 화면은 더욱 선명해졌다. 특히, 다양한 밴드를 갈아 끼울 수 있어 개성있게 스마트워치를 꾸밀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히려 기존 시계와 달리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현된 시계 화면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어 복장과 분위기에 맞게 시계를 바꿀 수 있다는 디자인의 자유까지 얻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스마트워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하나는 기존의 손목시계처럼 디자인 액세서리로서의 패션 아이템. 두 번째는 스마트폰 못지 않은 기능이다. 선명한 화질과 다양한 밴드 덕분에 투박할 거라는 편견이 사라진지 오래다. 게다가 애플워치 시리즈 5 모델 이후부터는 늘 시간을 비롯한 기본 정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화면만 조금 어두워질 뿐 계속 켤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즉, AOD(Alwasy On Display)라고 부르는 상시 표시형 디스플레이라는 기술 덕분에 얻게 된 아날로그 시계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기본 기능이다. 심지어 애플워치8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더욱 선명하고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게 됐다. 디자인 면에서 오히려 아날로그가 구현할 수 없는 다양한 변신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능에 있어서도 기존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던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최신의 스마트워치는 잠자는 동안의 체온 변화를 추적해 건강 상태를 살피는데 도움을 준다. 심지어 애플워치8에는 자는 동안 REM 수면, 코어 수면, 깊은 수면 상태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차지했는지도 기록해준다. 물론 심박수도 확인해서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을 때 이를 알려주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혈중 산소 포화도도 측정할 수 있고, 복용 중인 약을 투여할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고중력 가속도계가 장착된 스마트워치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심각한 부상 상태를 인지해서 긴급 구조 요청까지 보내준다.

사실 20년 전만해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대부분 성인의 손목에는 시계가 있었지만 10년전 스마트폰이 도래하면서 시계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만, 시간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멋을 위해 패션 아이템으로 간혹 시계가 채워졌던 손목에 이제는 스마트워치가 늘 함께 하게 됐다. 이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패션 아이템이자 유용한 편의. 두가지를 모두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스마트워치가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지금의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작동되며,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 중에 스마트워치를 지원하는 앱이 스마트워치에도 설치된다. LTE로 통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을 함께 휴대하지 않아도 작동되지만 스마트폰에 최초 등록을 해서 연동해야만 제대로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워치가 제3의 디바이스로 온전히 자리 잡으려면 컴퓨터나 태블릿처럼 스마트폰 없이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을 경유하지 않고 앱을 등록하고 통화와 메시징 등의 기본적인 통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스마트워치의 최대 단점인 입력의 불편함이 해소돼야 한다. 스마트폰처럼 가상 키보드를 워치에 제공할 수는 없으니 스마트 스피커처럼 음성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이미 애플워치 등에서는 시리를 탑재해 음성으로 텍스트를 입력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 즉, 이미 기술적으로는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없이 작동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그렇게 스마트워치는 점차 진화해서 기존의 명품 아날로그 시계 못지 않은 멋스러움과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던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며 컴퓨터, 스마트폰에 이은 3번째 디지털 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하고 했다. 특히 스마트워치는 자동차 키나 탑승권, 열쇠, 신용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월렛 기능과 음성으로 명령을 내려 조작할 수 있는 AI 기능 덕분에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필요로 하는 인터넷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워치는 몸에 부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개인화됐고 분실의 우려가 없으며 휴대성이 더 뛰어나다. 그런 스마트워치가 인증 수단으로 작동되면 결제를 하거나 주변 네트워크에 로그인하고 신원을 보증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즉, 스마트워치로 차량의 문을 열고 내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신용카드를 탑재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를 하고, 비행기 탑승과 영화관 관람 시에 탑승권, 티켓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작동될 수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가치를 보여주며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로서 오롯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