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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에서 온 편지]그린수소 시대 동반자, 오만

권오석 기자I 2022.10.21 06:30:00

오만의 실용 정신, 그린 수소 분야서 두드러지게 발휘
기술 진보에 따라 점차 경쟁력 갖출 것이라는 전망 우세
그린 파트너십 통한 한국·오만 두 나라 관계의 미래 성원

[김기주 주오만 대사] 신밧드의 모험 이야기는 지정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이야기는 오만 일대의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만은 걸프해와 아라비아해에 연해 있는 지리적 강점에 일찍 눈떠 해양 무역 국가로 활약해 왔다. 오만인의 DNA에는 신밧드의 후예로서 실용적, 개방적인 사고가 녹아 있다.

오만의 실용 정신은 그린 수소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수소는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로 구분되는데, 그린 수소가 탄소 발생이 가장 적다.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린 수소가 화석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게 관건이기는 하나, 기술 진보에 따라 점차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린 수소는 세 가지 점에서 우리나라와 오만이 미래를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대표적 분야가 될 수 있다.

첫째, 오만은 ‘21세기 그린 수소 허브’로 도약한다는 국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오만의 원유, 가스 가채(可採) 연한은 다른 산유국에 비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만은 석유 이후 시대에 대비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다. 오만의 방책은 ‘오만 비전 2040’에 담겨 있다. 화석연료 의존 경제를 2040년까지 다각화해서 걸프 지역의 경제 허브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이 밑그림의 핵심이 그린 수소 개발이다.

둘째, 오만 정부와 기업들은 오만이 세계적인 재생 에너지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태양광 밀도가 높고, 풍력 에너지도 안정적이고 풍부하다. 면적이 남한의 세 배가량 되다 보니 대규모 토지가 필요한 태양광, 풍력 단지 조성에 유리하다. 천혜의 항구가 아라비아해에 연해 있어 그린 수소와 이를 변환한 그린 암모니아를 수송하는 데 좋은 조건이다. 도로 등 인프라가 잘 정비돼 있다는 점도 제시되고 있다.

셋째, 우리나라 또한 수소 경제를 앞당기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에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채택했고,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다. 수소 모빌리티와 연료 전지 부문에서 가장 선도적인 나라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에 그린 수소가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한국과 오만은 그린 수소 분야에 있어 최적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올 9월 방한했던 오만의 에너지부장관 역시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과 오만은 그간 긴밀한 협력을 이어 왔다. 일례로 우리는 국내 수요의 10%에 달하는 LNG를 오만에서 도입중이다. 25년 장기 계약으로 가격 변동에서 자유롭다. 에너지 위기 시대에 든든한 동반자다. 뿐만 아니라 오만은 우리 청해부대에 대해서도 보급 기지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 간의 관계는 진화한다. 한국과 오만 간의 관계도 미래 지향적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그린 수소는 그 핵심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오만 정부는 올 12월초 그린 수소 서밋을 열어 그린 수소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 우리 주오만대사관도 한국의 수소 부문 민관을 잇는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와 ‘한-오만 그린 수소 전략 포럼’을 공동 개최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그린 수소 파트너십을 통한 두 나라 관계의 미래를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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