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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대통령만 있었나요?"…이념 편향 경기교육청 '소풍마루'

정재훈 기자I 2022.10.20 06:00:00

경기교육청북부청 로비 서가(書架) 이념 논란
인물섹션 다른 대통령 주제 책 찾아볼수 없어
이재정 전 교육감 정치색 같은 인물로만 채워
"교육청, 아이들에게 죄 짓는것…균형 맞춰야"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우리나라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밖에 없었나요? 다른 대통령들은 아이들에게 소개하기도 싫었던 건가요?”

민원사무 처리를 위해 아이와 함께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를 찾았다가 로비를 가득 채운 도서의 목록을 살펴본 한 학부모의 말이다. 이 학부모가 본 모습은 이재정 교육감 재임 시절인 지난 2020년 경기도교육청이 교육공동체가 자유롭게 찾아와 소통하고 책과 함께 독서·문화를 향유하며 휴식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구축한 서가(書架) ‘소풍마루’다.

경기도교육청 북부청 1층로비의 ‘소풍마루’ 전경. 현재 도교육청 스마트오피스 구축을 위한 시설공사를 위해 소풍마루 서가가 보호비닐로 덮여있다.(사진=정재훈기자)
소풍마루를 유심히 살펴보던 이 학부모는 인물섹션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외에 다른 대통령을 주제로 한 도서를 찾아볼 수 없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소풍마루 인물섹션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전 강연과 대담, 인터뷰 내용 등을 엮은 ‘김대중대화록’(5권)을 비롯해 ‘21세기와한민족’, ‘김대중신화’, ‘김대중리더십’ 등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쓰거나 그를 주제로 한 도서 50여권과 ‘노무현과바보들’, ‘노무현의도시’, ‘노무현평전’ 등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과 국정운영을 담은 도서 70여권이 총 4단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진보진영의 대부로 쏜꼽히는 고(故) 신영복 교수가 쓰거나 그를 주제로 한 20여권의 도서 또한 한단에 꾸려졌다.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 이후부터 국정을 이끈 두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대통령을 소개하는 책은 소풍마루 인물섹션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소풍마루의 인물섹션은 사실상 이재정 전 교육감과 정치·학술·사상적으로 뜻을 같이 한 인물들로만 채워진 셈이다.

소풍마루는 의정부시에 소재한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1층 로비의 기둥과 기둥을 잇는 20m 공간에 약 2.5m 높이의 책장이 서로 등지도록 양방향으로 채워넣은 220㎡ 규모의 서가다. 여기에는 올해 1월 기준 총 10,819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으며 이는 웬만한 마을도서관 수준이다.

도서는 △인기 △인물 △예술과문학 △변화 △기증 △존재 △삶 △공존동심 △기억 9개 섹션으로 구분해 비치했다.

이 학부모는 “모든 대통령이 공·과가 있는데 진보진영의 교육감 재임 당시 조성했다고 해서 이렇게 편향된 서가를 꾸린것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며 “아이들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좌·우,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역사를 가르쳐야하는 교육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이 아직 자기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념 편향적 행위를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경기도교육청은 서둘러 소풍마루의 이런 상황을 균형있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에서 이런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미쳐 파악하지 못했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학생들이 균형잡힌 역사적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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