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가정의 달 떠올리는 가족의 의미

송길호 기자I 2022.05.18 06:15:00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불과 몇 년 전까지 서울가정법원 3층 조정실 앞을 지키고 있던 조각상이 있다. 어깨동무를 한 다정한 모습의 아빠, 엄마와 그 무릎에 앉아 있는 어린 남매의 천진한 모습을 표현한 ‘가족상’이라는 조각이다. 그런데 변호사로서 이혼 조정을 위해 3층 조정실을 오가며 가족상을 볼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남들과 조금은 다른 모습의 가정으로 살고자 가정법원을 찾는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누구의 잘못이었든 많은 고민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을 것이며, 앞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많은 사람들이다. 가정법원은 가정을 건강히 유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정들도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듬어주는 것 또한 그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조정실 앞 가족상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정해두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죄책감이나 소외감을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생각을 필자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가족상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에 47년간 가정법원을 지켜오던 가족상은 2019년에 결국 철거됐다.

2022년 현재는 ‘대 이혼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재작년부터 최근까지 이혼 사건이 부쩍 늘었다. 하루에도 몇 건씩 이혼소송 문의가 오는데 세세한 이혼 사유야 모두 다르지만 이렇게 이혼이 급증한 데에는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외부활동은 제약되는 반면 재택근무로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싸움이 잦아진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이나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갈등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혼을 주제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을 만큼 이혼이 더이상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 가정법원에 이상적인 ‘가족상’이 세워져 있던 것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얼마 전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은, 부부의 날을 앞두고 아이가 유치원에서 아빠, 엄마의 다정한 사진을 찍어 오라는 숙제를 받아온 것에 난감해 하며 아이가 앞으로 비슷한 일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한 부모 가족도 이제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가족의 형태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다른 형태의 가족에 대해 인식이나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이혼율이 느는 것처럼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활이 팍팍해지면서 개인 삶의 방식이나 형태도 변화한다. 이제 부부와 2명의 자녀를 둔 4인 가족은 전체 가구의 15%에 불과한 반면 여러 가지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동거 관계는 증가하고 있으며,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나 재혼 가정과 조손 가정 그리고 다문화 가정, 입양 가정, 위탁 가정처럼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정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동거인 없는 1인 가구도 전체 가구의 40%를 차지할 만큼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은 혼인과 혈연을 전제로 정의되고 있으며, 주택 청약이나 세금 감면 등 많은 혜택이나 정책은 전통적인 4인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법과 제도가 먼저 ‘정상’과 ‘비정상’으로 선을 긋고 분류하고 있으니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은연중에 소외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가족은 ‘정상’ 범주에 드는 가족만은 아니다. 한 가지 삶의 방식만을 규범화하고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오히려 가족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모습이 어떠하더라도 그 이유가 무엇이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편견과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 사회 안정과 통합을 위해 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크기와 구성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과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심리적 결속 그 자체임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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