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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은 올해도 주식]"기댈 곳은 주식뿐"…성장주 못 가도 경기민감주는 간다

최정희 기자I 2021.03.18 05:05:00

이데일리, 강남권 은행·증권 PB 인터뷰
금융시장 변동성 커졌어도 아직 주식이 가장 매력적
"금리 올라봤자 이자 쥐꼬리..부동산은 규제가 발목"
작년 언택트 성장주였다면 올해는 컨택트 경기민감주

[이데일리 최정희 김인경 이지현 기자] 강남에 거주하는 전문의 김모씨는 작년 10월 건물을 팔아 주식에 투자했다. 바이오주로 고수익을 내보겠다며 장기투자에 나섰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싱겁게 목표수익률을 달성했다. 5억원을 투자해 2억5000만원을 벌었다. 6개월만에 50% 수익률이다. 김씨는 이 돈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금 같은 안전자산은 외려 떨어졌다. 금리가 오르고 있긴 하지만 채권에 넣어봤자 연간 1% 수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가자니 정부가 쏟아낸 각종 규제가 걸림돌이다. 김씨는 결국 주식에 재투자하기로 결심했다. 다만 종목은 재설정할 생각이다.

올해 들어 미국발 금리 상승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면서 작년 막차를 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섣불리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지는 않다. 증시주변자금이 감소하긴 했으나 투자처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부동자금이 늘어나진 않았다. 자산가들 역시 컨택트(Contact·접촉하는) 경기민감주가 주도주로 떠오르는 등 색깔이 바뀌었을 뿐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믿음은 굳건하다.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신호…“유동성 충분하고 펀더멘털 건재”

자산시장의 큰 손이자 재테크 나침반인 강남 부자들은 작년에 오른 주식을 내다팔아 일부 차익을 실현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주식을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긴다. 이데일리가 강남권에 위치한 7명의 은행·증권 프라이빗뱅커(PB)를 상대로 인터뷰한 결과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황성훈 미래에셋대우 테헤란밸리WM 선임매니저는 “작년 주식으로 들어온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이 났고 이를 차익실현한 후 관망하고 있다”며 “(자금 이탈 없이) 주식 시장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 하원 장악)에 성공한 후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1.0%를 찍더니 두 달 여 만에 1.6%를 육박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경기 회복 기대, 과도한 인플레이션, 유동성 축소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가 하락 등 변동성이 커진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1월초 3200선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그 뒤론 3000선 안팎에서 하락 조정장이 이어졌다.

PB들은 이를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수경 신한PWM잠실센터 PB팀장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경기가 안정을 찾았다는 시그널”이라며 “부양책이 나오고 성장 기대가 있다. 펀더멘털이 깨지지 않았고 아직 유동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주식 외에 딱히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서 가격이 하락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안정적이지만 금리가 올라봤자 연 1%도 안 되고 부동산은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올 들어 2월말까지 증시주변자금인 증권사 고객예탁금(계좌에 예치돼 있으나 아직 주식 투자로 사용되지 않은 돈)은 17조원 가량 감소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2조원이 늘어났다.

컨택트는 오른다..변동성 덜한 공모주 투자 관심 여전

결국 주식시장이 대안인데 그 색깔은 작년과는 다를 것이란 데 의견이 모아진다.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금리 상승에 취약한 성장주보다 정유·화학, 철강, 자동차, 여행·레저, 백화점 등 컨택트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황성훈 선임매니저는 “미국, 중국 등에선 백신을 많이 맞았고 백신 접종 증명서만 있으면 해외 여행도 가능해졌다. 업종 순환매 사이클이 시작돼 작년과 반대급부에 있는 종목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17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6.1% 올랐으나 섬유·의복 업종은 31.7% 올라 벤치마크를 크게 상회했다. 운송장비(20.1%), 철강금속(9.2%), 비금속광물(23.5%), 화학(9.2%), 서비스업(11.9%)도 코스피보다 더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페이, HK이노엔 등 대어들의 IPO(기업 공개)가 즐비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돈을 안 빼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고객 예탁금은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앞두고 5일과 8일 단 이틀 만에 무려 5조5000억원 가량이 급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는 63조6200억원이나 청약금이 몰렸다.

황선아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 부지점장은 “올해는 IPO 대어들이 많아서 공모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공모주는 시장 변동성을 덜 받아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장현철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 수석은 “경기 회복을 위한 글로벌 정책 공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섣불리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현금, 달러를 급격히 늘리는 것은 기회 비용 측면에서 좋은 방법이 아니다”며 “주식 비중을 60% 이상 가져가고 나머지를 채권(15%), 대체투자(15%), 현금(10%)으로 채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조윤식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장은 “주식은 20~30%만 담고 주가연계증권(ELS), 단기채 펀드, 부동산 펀드 등으로 자산을 배분해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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