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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잡겠다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정작 서울은 빠질 듯

성문재 기자I 2017.10.17 05:30:00

내달 시행 앞두고 실효성 논란
3개월 집값상승률, 물가 2배 넘어야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
물가상승률 수준인 서울 전역 제외, 풍선효과 나타난 수도권 등은 포함
분당 4.27% 껑충…경기도 물가 5배
일산 서구, 대구 수성구도 해당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분양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다음 달부터 민간택지에도 새 요건의 상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 전역이 1차 적용 가능 지역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8·2 부동산 대책 등 고강도 규제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최근 집값 상승률이 주춤한 때문이다.

반대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성남시 분당구와 고양시 일산서구, 대구 수성구 등이 바뀐 분양가 상한제 요건의 첫 적용 지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작 규제가 가장 필요한 서울 지역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못함으로써 실효성이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용 요건 개선에도 서울 강남은 상한제 적용 피할 듯

16일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은 0.94%로 같은 기간 서울지역 물가상승률 0.90%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구별로 보더라도 가장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노원구가 1.34%, 그다음인 동작구가 1.24%로 물가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돌지 못했다. 집값 급등의 진앙지로 꼽히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8월 한 달 주춤한 여파로 물가상승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8·2 대책 이후 9·5 후속조치를 통해 개선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은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지 여부를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이 중에서 △최근 12개월간 해당 지역 평균 분양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 기준)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 5대 1 초과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청약경쟁률 10대 1 초과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가운데 하나를 충족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3일 입법예고를 마쳤고 다음 달 초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강남 등 서울 전역이 분양가 상한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양시장 규제가 김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대신 8·2 대책 풍선효과로 최근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일부 지역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후속조치를 통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된 성남시 분당구가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분당 집값은 최근 석 달간 무려 4.27% 뛰었다. 경기지역 물가상승률 0.86% 대비 5배 수준이다. 지난 8월 2.10% 오른 뒤 9월 초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9월 오름폭은 1.12%로 다소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 7월 분양한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는 1순위 청약경쟁률 13.4대 1을 기록했다. 바뀐 적용 기준 아래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첫 적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분당구에서 신규로 공급될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분당·대구 수성구는 상한제 적용 가능성 커져

분당만큼은 아니지만 고양시 일산서구의 집값 상승률도 만만치 않다. 3개월간 1.98%가 뛰어 역시 물가상승률 2배를 웃돌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경기지역 ㎡당 분양가는 작년 8월 378만 800원에서 지난 8월 385만 8000원으로 2.2% 올라 역시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다. 고양시는 현재 조정대상지역으로만 지정돼 있는데 일산서구의 집값 상승률이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면 일산서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뿐만 아니라 분당에 이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김포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과 관련해 요주의 지역이다.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이 1.35%로 물가상승률의 2배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경기도 내에서는 성남 분당구, 고양 일산서구·덕양구 다음으로 집값 오름폭이 크다. 지난달 분양한 한강메트로자이2차 아파트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8.04대 1로 전 주택형이 마감한 바 있다.

지방에서는 대구 수성구(2.43%)와 강원도 속초시(1.90%)의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각각 해당 지역 물가상승률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올 상반기 대구지역에서 분양한 신규 아파트 4개 단지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16.7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 분양아파트 가격을 택지비와 기본형 공사비 이하로 매기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각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의 등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규 공급 물량 감소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바뀐 기준이 11월 초부터 적용되는 만큼 이달 말 발표될 10월의 물가상승률과 집값 상승률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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