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생생확대경] 정권 바뀔 때마다 KT 회장 교체해야 하나

김현아 기자I 2017.10.10 05:50:0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달 방한한 통신분야 외국인 투자자들은 “KT의 CEO가 바뀌는가?”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워터멜론(Watermelon, 겉은 파란데 속은 빨갛다는 의미)’이라 부르며 통신요금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을 우려했지만 “황창규 KT 회장이 사임하느냐?”는 질문이 훨씬 많았다고 전해진다.

◇민영화 15년…정권 CEO 선임 여전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정부는 KT 지분을 전부 내다 팔아 한국통신공사에서 민영화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정권이 CEO를 선임하는 ‘공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그나마 나았다. KT 연구직 출신으로 혁신파로 불렸던 이용경·남중수 씨가 민영 1·2기 사장을 맡으면서, CEO 리스크라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에 연임에 성공한 남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을 버티지 못했고, 이석채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 반 만에 회장직을 내놓아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전방위 검찰수사가 진행됐던 것은 물론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황창규 KT 회장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궁금해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황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회삿돈 18억 원을 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 최순실이 추천한 인물을 광고책임자로 임명하고, 최순실 소유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 재단에 KT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출연한 것은 ‘청와대의 강압이 있어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판결)이 있었다. 이동수 전 KT 전무(광고책임자)씨 영입 과정이나 광고 몰아주기 역시 정권 실세로부터 받은 인사 청탁을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이 인정돼 검찰이나 특검이 기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황창규 회장 흔들기가 멈춘 것은 아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부 국회 의원들은 황 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제윤경·신경민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인가과정에서 뭔가 특혜를 받았다거나, 최근 4년간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가 총 32건으로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은 황 회장 책임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금융위원회는 현재로선 ‘특혜’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고,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 역시 다른 회사와 달리 KT만 계열사 수치까지 포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KT 본사만 보면 KT 9건, LG유플러스 8건, 다음(카카오) 5건, SK텔레콤과 네이버는 각각 4건이 적발된 것이다.

◇계열사 38곳…정치권 먹잇감 ‘적폐’깨야

이를 국내 대표 기간통신사인, 그래서 ICT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KT를 진심으로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싶어도, 정권 초마다 KT CEO 자리가 정치권의 먹잇감이 돼 온 ‘적폐’를 반복하는 일은 아닐지 걱정된다. 계열사만 38개인 KT는 회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 ‘공신’들에게 나눠줄 자리가 부족해 고민인 정권 입장에선 군침을 흘릴 만한 회사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언제까지 정부가 바뀔 때마다 CEO를 바꿔야 하는가”라면서 “정보통신부에서 장관을 하시던 분들까지 나서 KT 회장을 노리시는 데 참 품격이 없더라. KT로 가서 후배 장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머리를 조아린다는 게. 산업부 쪽은 그렇지 않은데”라고 했다.

KT 관계자는 “차라리 KT CEO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추자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데, KT에선 정치권에 줄을 대야 상무급 이상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이런 조직문화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라고 하소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