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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4→63→70억? 김환기 '불패신화' 정점 찍나

오현주 기자I 2017.04.10 00:15:01

12일 케이옥션 '4월 경매'서 최고가 다시 도전
1973년 전면점화 추정가 55억∼70억
푸른계열 말기작…"완성도 뛰어나"
지난해 11월 노란점화 63억까지
18개월간 4차례 최고가 갈아치워
'붐업' 조정기·포스트김환기 대비해야

김환기의 ‘고요(Tranquillity) 5-Ⅳ-73 #310’. 말년의 김환기가 1973년에 그린 푸른색 전면점화가 12일 케이옥션 ‘4월 경매’에 추정가 55억∼70억원으로 출품돼 다시 한번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경신에 나선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310. 3분의 2 끝내다. 마지막 막음은 완전히 말린 다음에 하자. 피카소 옹 떠난 후 이렇게도 적막감이 올까”(1973년 4월 10일 김환기의 일기 중).

44년 전 미국 뉴욕의 한 작업실. 이틀 전 세상을 떠난 파블로 피카소를 애도하며 수화 김환기(1913∼1974)가 ‘#310’이라고 칭한 푸른계열 전면점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식명은 ‘고요(Tranquillity) 5-Ⅳ-73 #310’이다.

등장이 단순치 않다. 오는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서 여는 ‘4월 경매’에 나서는 ‘고요 5-Ⅳ-73 #310’의 추정가는 55억∼70억원.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다시 깨고 ‘김환기 불패신화’에 정점을 찍을지 이목을 집중하는 중이다.

신호는 낙관적이다. 김환기의 작품에서 유독 강세를 보인 밝고 환한 푸른색 전면점화다. 200호(261×205㎝) 대작인 데다 보관상태는 물론 조형성·완결성이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김환기가 본격적으로 전면점화를 시작한 1970년대 이후 말년에 이른 1973년 작품. 이미 예술적인 경지에는 올라섰다는 얘기다. 은하수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색점이 소용돌이를 파 듯 리듬을 타고, 흰색 띠가 단조로운 구도를 깨는 긴장감을 만든다. 화면을 가르는 흰색 띠는 이전까진 없던 시도다.

손이천 케이옥션 홍보팀 실장은 “단조롭지 않은 구도와 짜임새를 갖춘,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며 “그간 좋은 성과를 냈던 푸른계열인 데다가 1973년을 기점으로 사라져가는 청명한 푸른색의 거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그렇다. ‘고요 5-Ⅳ-73 #310’을 정점으로 김환기의 전면점화는 점차 회색톤으로 변해간다.

▲‘환기 넘어 환기’‘…18개월 숨가쁜 질주

현재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5위는 모두 김환기의 전면점화가 차지하고 있다.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7억 2100만원에 낙찰받은 ‘19-Ⅶ-71 #209’(1971·4위)가 시작이었다. 이후 지난해 4월, 6월, 11월까지 4차례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숨가쁜 질주를 이어왔다.

김환기의 ‘무제 27-Ⅶ-72 #228’(1972). 유독 강세를 보이는 푸른계열 전면점화 중 한 점. 지난해 6월 케이옥션 여름경매에서 54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사진=케이옥션).
5위 권 내 푸른색 전면점화는 두 작품. ‘19-Ⅶ-71 #209’와 지난해 6월 케이옥션 여름경매에서 54억원에 새 주인을 찾은 ‘무제 27-Ⅶ-72 #228’(1972·2위)이다. 이외에도 역시 지난해 4월과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각각 48억 6750만원과 45억 6000만원의 낙찰가를 받은 ‘무제’(1970·3위), ‘무제 3-V-71 #203’(1971·5위)이 들어 있다. 독특한 회색톤의 갈색과 갈색·회색·푸른색을 혼합한 톤의 전면점화다.

1위는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63억 2626만원을 호가하고 새 주인을 찾은 노란색 전면점화 ‘12-V-70 #172’(1970)다. 김환기 작품으로서는 생소한 노란계열인 데다가 상태가 그리 양호하지 않아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보란 듯이 최고가에 등극했다. 5개월 만에 다시 이룬 기록을 두고 ‘수화불패’ ‘환기불패’란 말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경매에서 ‘고요 5-Ⅳ-73 #310’이 63억 2626만원을 넘기면 노란색을 누른 푸른색 점화는 다시 한 번 ‘가장 비싼 작품’이란 타이틀을 거머쥔다. ‘환기를 넘은 환기’가 되는 거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세가 움추러들었던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에서 유일한 블루칩은 단연 김환기였다. ‘점화’가 등장하기 전 박수근·이중섭이 시장을 주도하던 당시, 김환기의 최고가 작품은 30억 5000만원에 팔린 ‘꽃과 항아리’(1957)였다. 향토적 서정성이 짙은 반구상이 ‘먹히던’ 시절이었다.

트렌드가 급격히 바뀐 건 서서히 불기 시작한 단색화 바람과도 무관치 않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의 단색화’ 전이 불씨가 됐다. 국내 미술시장에 단색화 열풍의 단초를 마련한 그 자리서 선보인 김환기의 ‘19-Ⅶ-71 #209’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1970년 이후 말년 추상회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순간. 이후 미술시장을 강타한 행보는 앞서 전한 그대로다. ‘김환기를 두고 흥정은 없다’는 말이 나왔다. 찾아내는 것만이 관건이란 말이다.

▲시장탄력만으로 100억 신화?…‘포스트 김환기’도 관건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63억 2626만원에 낙찰되며 ‘가장 비싼 작품’으로 등극한 김환기의 ‘12-V-70 #172’(1970)(사진=서울옥션).
이쯤 되자 미술계의 관심은 김환기가 100억원의 신화를 쓸지에 모인다. 손 실장은 “필요한 건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어 “뉴욕시대가 각광을 받아 전면점화는 어느 정도 있다. 수량이 부족하진 않다”며 “다만 컬렉터가 오를 값을 기대하고 내놓지 않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가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을 운영하는 환기재단에 따르면 김환기의 작품 수는 드로잉·소품을 포함해 대략 3만여점. 원체 다작인 데다 부인 김향안(1916∼2004) 여사가 남편의 작품을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건 다 아는 사실. 게다가 생전 김환기 스스로가 작품을 시장에 꾸준히 내놨던 터. 덕분에 그간 수요와 공급은 끊이질 않았다. 이 모든 요소를 두고 미술계는 김환기의 작품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밀어내기’ 식으로 온전히 시장의 탄력에만 의존해 여기까지 온 거란 얘기는 괜한 트집이 아니다. 그만큼 김환기를 제대로 살핀 논문과 연구는 일천하다. 18개월여간 너무 급격하게 형성한 ‘붐업’에 조정기가 따를 거란 예측도 나온다. ‘포스트 김환기’의 과제도 있다. 김환기의 뒤를 받쳐줄, 박서보·정상화·이우환 등의 시장성이 김환기에 못 미치는 까닭이다. 이들 단색화의 최고가는 20억원에 못 미치는 상황. 양쪽이 서로 상승하는 시너지를 기대하기엔 어려움이 있단 소리다.

국내 수요만으로 시장을 이끌기 어려운 만큼 국내외 미술시장에 김환기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미술계 공통의 의견이다. 손 실장은 “작가연구뿐만 아니라 해외전시로 부지런히 소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환기미술관의 박정은 큐레이터는 “김환기에 대해 급작스럽게 집중한 경향이 없지 않다”며 “많이 드러났다지만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은 만큼 어렵지 않은 미술사적 접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환기재단은 이달 중·하순경 ‘환기(Whanki) 프리미엄 영문안내서’를 출간한다.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200쪽 분량의 단행본이다.

▲12일 160점 180억원어치 새 주인 찾아

이번 경매에서 케이옥션은 160점을 내놓는다. 총 180억원어치다. 정상화의 ‘무제 76-7-26’(1976)이 추정가 4억 5000만∼7억원, 박서보의 ‘묘법 No.060330’(2006)이 2억 2000만∼5억원에 나온다. 독일회화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앱스트락테스 빌드 817-2’(1994)도 추정가 12억∼17억원에 출품해 눈길을 끈다.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유묵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도 추정가 2억∼4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1910년 3월 순국 직전 중국 뤼순감옥에서 써 간수과장 기요타에게 준 글씨. ‘날마다 맑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란 뜻이다.

정상화 ‘무제 76-7-26’(1976). 12일 케이옥션 ‘4월 경매’에서 추정가 4억 5000만∼7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박서보의 ‘묘법 No,060330’(2006). 12일 케이옥션 ‘4월 경매’에 추정가 2억∼4억원으로 나온다(사진=케이옥션).
안중근의 유목 ‘일통청화공’(1910). 12일 케이옥션 ‘4월 경매’에서 추정가 2억∼4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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