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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리포트] 지진 피해 어린이들 웃음 찾아준 '구마몬'

김민구 기자I 2016.05.09 04:01:01
[도쿄(일본)=이진석 해외통신원] 일본도 5월 5일이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날,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구마모토(熊本) 아이들은 모처럼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지난달 14일 지진 이후 활동을 중단한 구마모토의 인기 캐릭터 ‘구마몬’(くまモン)은 이날 구마모토현 한 보육원에 나타나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구마몬은 2011년 3월 규슈(九州)의 신칸센 개통을 계기로 탄생한 캐릭터다. 일본에서는 지역 별로 ‘유루캬라’(ゆるキャラ)라는 마스코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관광 홍보나 지역경제 진흥, 특산품 소개 등을 담당한다. 홍조를 띈 미소에 다소 멍한 눈을 한 구마몬은 일본 각 지역의 수십 여 유루캬라 중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다. 2011년 일본 ‘유루캬라 그랑프리’에 우승한 구마몬의 캐릭터 상품은 전국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인기다. 구마모토현에 따르면 구마몬 홍보 효과는 연간 약 6억4000만 엔으로 추산된다.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일본 전역에서는 구마몬 캐릭터를 활용한 응원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진 발생 후 구마모토현은 비영리 자선활동에 한해 구마몬 캐릭터를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For Kumamoto’(구마모토를 위해)라는 문구가 쓰여진 하트를 든 구마몬 사진이 나돌기 시작했다. 구마몬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도쿄의 구마모토 특산품 매장에는 구마모토산 식료품을 구입하는 형태로 지진 피해자를 응원하는 행렬이 늘어섰다. 일본의 인기 패션 브랜드 ‘BEAMS’(빔즈)는 구마몬이 그려진 자선 T셔츠를 내놨다.

이런 성원 덕분일까. 지진 후 잠정적인 대외활동 중지에 들어갔던 구마몬은 어린이날을 맞이해 활동 재개에 나섰다. 구마모토현 브랜드 추진과는 “그동안 활동 재개에 대해 많은 문의를 받아 왔다”면서 “재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과 접촉해 응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마몬은 이날 니시하라무라(西原村)의 보육원을 시작으로 마시키마치(益城町)의 피난소 등 4개소를 돌았다.

구마모토에서 여진이 3주 째 이어지고 있지만 구마몬이 나눠준 과자 꾸러미를 받아 든 어린이들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도 기운을 차렸다. 집이 무너져 외가집으로 피난을 온 한 초등학생은 “지진이 무섭고 괴로웠지만 구마몬을 만나 힘이 났다”고 했다.

일본의 비영리기관(NGO) ‘플랜 저팬’은 잇다른 지진과 피난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축적으로 정서 불안증을 보이는 어린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구마모토현은 유소년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카운셀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서 안정을 위한 공연에는 구마몬이 등장할 예정이다. 막대한 경제효과를 지닌 멍한 표정의 곰 한마리는 이제 지진이 할퀸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려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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