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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도박] 운동선수가 도박에 더 잘 빠지는 이유

이석무 기자I 2015.11.25 08:19:15
마이클 빅.(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전문가들은 운동선수들이 도박에 더욱 쉽게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는 승부의 세계 이후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이다.

제갈성렬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를 마치게 되면 마약을 하고 싶을 정도로 허무한 마음이 든다. 특히 노력한 만큼의 성적과 대가를 거두지 못했을 때는 정신이 피폐해지고 좌절감 때문에 우울증이 찾아올 정도다”고 설명했다.

심리적으로 약해지고 흔들리는 상황에선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간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주변인들은 그런 선수들의 심리를 악용하기 일쑤다. 제갈 전 감독은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미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다”며 “선수들은 운동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필요하다. 섹스 등 다른 쾌락을 찾거나 종교에 몰입하는 경우도 비슷한 케이스다”고 밝혔다.

운동 기계를 만드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도 도박에 대한 유혹을 더욱 키우는 부분이다. 선수의 길로 접어들면 단절되고 폐쇄적인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는 사실상 박탈된다. 운동이 끝나도 합숙이라는 제약에 막혀 자유로운 여가를 즐기기 어렵다.

국가대표 출신의 A 선수는 “합숙소에서 생활하다 보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장 먼저 접하는게 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카드 게임이다. 그렇게 카드 게임에 익숙해지면 다음에는 자연스레 파친코나 베팅으로 간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죄책감도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털어놓았다.

불법 스포츠 베팅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불기소 처분을 받은 프로농구 선수 김선형(서울 SK)도 “프로 입단 전인 대학교 3, 4학년 때에 사설 인터넷 사이트에서 베팅을 여러 차례 했다. 당시에는 잘못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이 갑자기 많은 돈을 벌면 더 큰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불거진 일부 프로야구 선수의 수십억대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운동선수 특유의 상하 복종 문화도 도박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지적이다. 제갈 전 감독은 “친한 선배가 도박하러 가자고 하면 후배 입장에서 거부하기 어렵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아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선후배 위계 문화는 폭력이나 승부조작 등 더 큰 범죄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운동선수들의 도박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개인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더 관심을 두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도박에 빠진 선수들도 근본적으로 본다면 굉장한 피해자인 셈이다”며 “개인적인 일탈로 몰아가기보다는 잘못된 관행과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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