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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학년 입학식도 못치르는 학교들

논설 위원I 2015.02.11 06:00:01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전국적으로 120여개교에 이른다고 한다. 전남 지역의 47개교를 비롯해 강원, 경북, 전북 등 주로 외딴 농어촌 학교들이다. 일부 지역은 개학해 봐야 정확한 상황이 파악된다니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입생이 고작 1명인 경우도 130여개교나 된다.

신입생이 없다는 것은 학교가 머잖아 없어질 운명에 놓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폐교도 쉽지 않다.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없어지고 학생들의 교육여건이 악화된다며 주민과 동문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도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해 ‘학교 되살리기’에 나서고 있으나 대세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신입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과 이농(離農)이다. 출산율이 낮은 것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농어촌은 특히 더 심해 아기 울음소리가 몇 년째 끊긴 곳이 수두룩하다. 이농은 취약한 경제구조와 열악한 교육여건 탓이 크다. 정부가 저출산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각 지자체와 학교가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 자구책을 찾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택이나 일자리 제공으로 귀촌(歸村)을 유도해 폐교 위기를 넘긴 학교도 있고 특화 교육이 입소문을 타면서 학생이 늘어나고 나아가 지역 경제까지 살아난 경우도 없지 않다. 이들 성공 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폐교위기 학교 관계자들에게 현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언론에도 자주 노출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규모 학교들을 통합해 운영하는 ‘거점 학교’도 하나의 방법이다. 전교생이 10명도 안 되는 초미니 학교에 정부가 학생 1인당 연간 4000만~5000만원을 쏟아부어야 운영이 가능하다면 예산의 효율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만한 돈이면 거점학교의 시설을 개선하고, 훌륭한 선생님들을 모셔 오고, 좋은 통학버스를 운영하고도 남을 것이다. 동급생들과 함께 입학하고, 배우고, 졸업하는 게 학생들 본인에게도 교육 효과가 클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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